당 당다 당다다 당닥.'
굿거리장단에 맞춘 꽹과리가 특유의 고음으로 흥을 돋우자 장구, 북, 징이 일제히 꽹과리 음을 쫓기 시작했다. 전면에 방음 부직포가 부착된 33㎡ 남짓한 지하공간은 한순간 신명이 넘쳐흘렀다.
이달 2일 대구 남구 대명11동 관문시장 인근 '한마당국악연구소 풍물친목회' 연습실. 회원 10여 명이 이청일(67) 씨의 지도로 풍물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매주 화·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간씩 풍물을 익힙니다. 예전엔 명절이나 새해맞이 지신밟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농악 풍물패였죠. 자진모리 휘모리장단에 이어 굿거리장단으로 접어들면 누구라도 어깨를 들썩이지 않을 수 없는 게 풍물의 매력이죠."
풍물친목회 지도자 이 씨는 학창시절엔 드럼을 쳤고 50세에 접어들면서 예전 고향 성주에서 보고 들었던 풍물의 멋에 빠져 16년 전 대덕국악연구소를 찾아 풍물을 배웠다. 최근엔 시립국악단 장구 단기연수도 마쳤다.
"풍물의 중심은 꽹과리입니다. 기본 장단 3가지를 익히면 얼마든지 변형된 장단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꽹과리의 선창으로 엇박자를 두드리고 북이 뒤를 받치면 제 아무리 무덤덤한 사람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됩니다."
2, 3년 경력의 풍물친목회 회원 20명은 모두 60대이면서도 누구 한 사람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사람이 없다.
이태우 친목회장은 "풍물을 배우면 활력이 솟고, 치매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장구와 북을 어깨에 걸쳐 메고 채로 두드리며 신명을 돋우는 풍물놀이는 그 자체가 율동이자 운동이 되기 때문. 또 풍물은 각각의 악기와 장단마다 고유의 구음(口音·악기소리를 흉내 낸 악보)이 있어 악기를 두드리면서 흥과 장단의 흐름을 타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진다는 것.
"한 달 정도 연습하면 웬만한 가락은 쉽게 따라할 수 있어 패와 함께 어울릴 수 있지요. 한마당국악연구소는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수강료는 없습니다. 우리 가락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입니다."
이 씨는 자신이 지닌 풍물 재능을 모두가 공유하길 바라고 있다. 사라지고 있는 옛 가락을 되살리기 위해 매년 열리는 남구 대덕제 마을응원단 출전과 새해맞이 동네 지신밟기, 강원도 영월 김삿갓 축제 출연 등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꿈이 있다면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난타공연처럼 풍물패를 이용한 난타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또 좁은 연습실이 아닌 탁 트인 바깥에서 신바람 놀이 한마당을 펼쳐보는 것입니다."
이런 바람의 이면엔 이 씨와 풍물친목회가 언젠가 두류공원에서 연습을 하려는데 전통농악을 몰라보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내쳐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잊혀져 가는 우리네 가락을 보전·계승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한마당국악연구소 풍물친목회 회원들은 전통농악을 자꾸 외면하다 보면 신명을 돋울 마땅한 놀이가 없어지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배워야 하고, 우리 사회 곳곳으로 전파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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