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교사에게 폭언·폭행·협박을 저지르는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괴물 학부모)'들이 교단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외국처럼 '학부모 소환제'를 도입하거나 수업을 방해한 학생들을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법적 방안이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자 교사인 A씨는 요즘 교실에 들어가기가 겁난다. 몇 차례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 몇 명에게 손바닥을 세대씩 때리는 체벌을 했는데, 학부모에게서 황당한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A교사는 "'국·영·수만 잘 가르치면 되지 왜 내 아이를 때리느냐. 우리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아도 때리지 말라'고 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학부모는 이후에도 교감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학원에 다녀오면 밤 11시가 넘는데 굳이 숙제를 해야 하느냐'며 시정까지 요구했다는 것.
여교사인 B씨는 최근 학교장에게 시정 조치를 받았다. 한 학부모의 항의가 발단이었다. 학부모는 학교 측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학교가기 싫다고 해 일기장을 열어보니 '죽고 싶다'는 말이 적혀있더라. 선생님이 때려서 그렇다고 한다. B교사는 아이를 길러본 경험이 없어서 부모 심정을 모르는 것 같다"며 사과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 학교장은 "교원과 학교에 대한 경시 풍조가 교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내 자식이 손해보는 일은 결코 참지 못하는 '몬스터 페어런츠'들이 교육 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이 지난 5월 발표한 '2009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에 따르면 교권 침해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는 총 237건으로 이 중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가 전체 사건의 45.6%를 차지했다. 사례별로는 ▷정당한 지도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다수의 학생들이 있는 공간에서 폭언 ▷학부모가 학교홈페이지 및 인터넷 사이트에 학교와 교사의 실명을 공개거론하며 허위·과장의 공개 비난 ▷허위사실을 다른 학부모들에게 전달하는 형태 등이었다. 특히 명예훼손으로 인한 교권침해 사례의 원인 중 '학생지도'가 50%로 가장 큰 원인을 차지했다.
대구교총 서상화 사무총장은 "최근 일주일에 1,2건씩 교권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교사의 자긍심이 무너지고 교권이 추락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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