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산부족' 거꾸로 의료복지… 환자는 서럽다

정부, 암환자 특례 지원기준 강화…대구시, 심뇌혈관질환 지원 중단

정부와 대구시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암환자 산정 특례 제도 의료비 지원 기준을 강화하고 심뇌혈관질환 시범 사업 지원을 중단하면서 그동안 혜택을 받아 온 환자와 가족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1일부터 병원비의 5~10%만 부담하는 '암환자 산정 특례제도 지원 기준'을 엄격하게 변경하면서 암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급증, 수십만 명의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대구시도 지난달 31일 3년간 지속했던 '심뇌혈관질환 시범 사업'을 일방적으로 종료해 복지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암환자 특례제 강화

지난 2003년 갑상선암 수술 후 보건복지부의 암환자 산정 특례 제도(암환자 특례제)에 신청, 진료비와 입원비를 지원받아 온 전순영(가명·53·여) 씨. 일단 암은 치료했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정기검진비는 더 이상 지원받을 수 없게 돼 눈앞이 캄캄하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부터 5년간 시행해 온 암환자 특례제 기준을 변경, 1일부터 재발이나 전이가 확인되지 않으면 더 이상 치료비 경감 혜택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 없이 식당일을 하며 살림을 꾸려 온 전 씨는 "언제 암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기검진을 받고 있는데 이제 정부 지원이 끊긴다면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 씨처럼 특례제 변경에 따라 더이상 치료비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환자는 전국에 걸쳐 수십만 명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꼭 필요한 암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지만 암환자와 시민단체들은 '시대역행적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오히려 대상자를 늘려야 할 마당에 암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줄이는 것은 크게 잘못된 정책"이라고 밝혔다.

◆심뇌혈관질환 시범 사업 종료

2007년 9월부터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 등록관리 시범 사업'을 시작한 대구시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행 3년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심뇌혈관질환 시범 사업은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는 환자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만 65세 이상 환자에게 진료비 1천원과 약제비 3천원을 매달 지급하는 사업으로, 지난 3년간 모두 12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과 장애 발생을 미리 막아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구시는 지방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31일 결국 사업을 종료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등록환자가 2009년 말 기준으로 10만 명이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난다면 시 재정에 무리가 간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사업 시행 시 국비와 시비 비율을 70대 30으로 하기로 했으나 사업비가 늘어나면 시비로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대구시가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를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비판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시가 조형물 하나에도 큰돈을 쏟아부으면서 복지 사업은 재정이 부담돼 못하겠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10월에는 심뇌혈관 질환을 앓는 어르신들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처장은 "'시범 사업'이라는 취지에 맞게 사업 폐지 전 평가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며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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