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랜드·대구시 '지역기여계획' 판이한 시각차

"복지관·물류센터 확충" vs "중소상인 지원기금 마련을"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이랜드 그룹의 '종합 지역기여계획'을 놓고 대구시와 이랜드 그룹이 심각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8월 말로 예정됐던 발표 시기를 이미 넘겼는데도 아직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랜드 측은 '복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 기여방안' 마련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 대구시는 복지보다 지역 중소상인을 위한 기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랜드 "줄 테니 받아다오!" = 이랜드가 대구시에 제안한 지역기여방안은 크게 ▷복지관 건립 ▷동아물류센터 확충이다. 이랜드복지재단이 이랜드 그룹 수익금의 10% 사회환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고, 동아물류센터를 확대해 이랜드리테일의 남부권 물류기지로 만든다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복지관련 예산이 전체 지자체 예산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한데다, 추후 운영지원 등으로 더 많은 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랜드의 복지 기여 계획에 대해 "기부금 등을 통한 세제 혜택을 볼 수 있어 생색도 내고, 실속도 챙기는 이중 플레이 아니냐"는 곱잖은 시선도 있다.

특히 동아물류센터 확대는 지역기여 방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영업상 필요에 의해 물류센터를 확장하겠다는 것일 뿐, 이를 시민을 위한 지역기여 방안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 이랜드리테일은 전국 특히 영남권 입지가 약해 동아백화점 인수를 영남권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으며, 이미 물류센터 역할 강화를 위해 7월 중순 인력재편을 마친 상태다.

◆대구시, "원하는 것 줘야 선물 아닌가" = 현재 시가 이랜드에 요청하고 있는 것은 ▷소상공인 공동 물류센터 건립 ▷영세상인 운영지원 기금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구시 김철섭 경제정책과장은 "사실 대구는 전국 어느 곳보다 중소상인 비중이 특히 높은 도시"라며 "10년 넘게 심각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구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대구시의 요청에 이랜드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구시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100억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 기존에 영업 중이던 동아백화점을 인수한 대가로 그 정도에 달하는 지원 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동아백화점 한 관계자는 "신규로 진입하는 기업이라면 시의 이런 요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지만, 동아백화점은 40년 가까이 지역에서 영업을 해 온 기업인데 이제 와서 막대한 지원책을 요구하니까 좀 황당하다"고 했다.

◆기업과 지역의 상생 해법은? = 대구시로서는 입장이 다급하다. 이미 대구시의원 상당수가 이랜드의 종합 지역기여계획이 발표되기만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타기업의 '지역기여도'가 수차례 도마 위에 올라 문제가 된 만큼, 이랜드가 실제로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도 작용했다.

지역 경제계의 한 인사는 "복지관을 건립하는 데에 1억, 2억원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그 비용을 대구시 필요에 의해 다른 용도로 바꿔주면 서로 좋지 않겠느냐"며 "아무리 지역기여가 기업이 이익환원 차원에서 베푸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필요도 없는 것을 떠안기는 것을 '기여'라고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인사는 "주는 것도 없이 대구시에 특혜만 바라고 있어서야 문제가 풀리겠느냐"며 "이랜드가 정말 대구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싶다면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선물'을 내놓는 일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큰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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