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북한 아이냐, 우리 아이냐

'빈곤의 도시 대구'.

지난 토요일 매일신문에 나온 기사 제목이다.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가난뱅이란 기사다. 기초생활 수급자 비율이 4%나 돼 전국 광역시 중 두 번째로 높고 근로자 평균 월급도 전국 최하위라고 했다. 소득에 대한 불만 또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고 소비 생활 불만 역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한마디로 숨 막히는 도시에서 죽지 못해 산다고 할 만큼 초라한 가난 지표들이다. 대구뿐 아니다. 나라 전체로는 중산층이 지난 7년 새 무려 4%가량이나 줄어들고 빈곤층은 2% 가까이 늘어났다. 소득 분배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증가했다. 청년실업률은 높아지고 물가는 계속 불안하다.

부모들의 경제지표가 그렇다 보니 끼니 굶는 아이들이 벌써 수십만 단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휘황찬란, 번쩍거리는 동네는 서울의 강남 3구역이나 울산 번화가, 경기도 신도시 정도다. 선전(善戰)하는 수출, IT, 자동차 등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쌀도 남아돌아 막걸리를 열심히 양조해 마셔도 보관할 창고가 모자랄 판이라고 한다. 그런 판에 정치권은 북한 아이들을 위해 쌀을 보내주자는 쪽과 우리 아이들도 굶는 판에 핵이나 만드는 정권에 웬 쌀을 주느냐고 갈려져 있다. 북한 아이를 먼저 먹일 거냐, 우리 아이가 더 급하냐는 다툼인 셈이다.

언젠가 세월이 지나면 원하든 원치 않든 지금 배곯고 있는 남북 아이들이 민족 공동체를 함께 끌고 가게 돼 있다. 훗날 그 애들까지 지금처럼 싸우다가 같이 망할 것인지 세계를 상대로 평화 공존의 손을 모아 갈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당장 양쪽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문제가 더 급하다.

자유북한방송 자료로는 배곯는 북한 아이들이 키가 작아져 군대 들어가는 기준 키 높이를 140㎝에서 137㎝대로 낮췄다고 한다. 140㎝ 키로 제한하면 병력 수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일 거라고 진단했다. 8'15 해방 직후엔 남북 성인 남자의 키가 164㎝로 똑같았다. 그러나 분단 60년 새 11㎝ 이상 격차가 생겼다. 동독과 서독 경우도 서독 아이들이 2㎝ 더 컸다는 조사가 있다.(뮌헨 대학교) 일본도 전후 1950년대 160㎝에서 경제가 피어난 95년에 172㎝가 됐다.

결국 경제력이란 얘기다. 키 작아진 북쪽 아이들도 먼 훗날 세계 속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우리의 미래라면 이왕이면 더 크고, 더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지닐수록 좋다. 그 아이들을 왜소한 난민 3세처럼 버려두면 훗날 궁극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부담으로 남는다. 쌀로 힘 길러줘서 우리 아이들 치게 하자는 게 아니라 종잇장 마주 쥐듯 함께 합치게 하면, 우리 아이들 힘이 덜 든다는 평화공존을 말함이다.

그래서 쌀을 준다면 똑같이 굶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숙제가 남는다. 굶는 아이 숫자야 저쪽 아이들이 엄청 더 많지만 대구처럼 가난한 도시 뒷골목 쪽방 등에도 북한 아이보다 별반 나을 것 없는 삶을 사는 우리 아이들이 존재한다. 정치적 자유는 있을지 몰라도 일부 우리 아이들 역시 먹을 것이라면 북한 어린이 못잖게 절실한 거다.

그렇다면 100만 가마의 남는 쌀이 있다고 했을 때 몇 가마를 우리 아이 주고 몇 가마를 북쪽 아이들 먹일 것인가. 굶는 아이 수대로 1대 9쯤 나누면 우리 아이들 배가 고프다. 반대로 하면 북한 아이들의 키가 계속 작아진다. 해결책은 한 가지다. 100만 가마의 경제력을 1,000만 가마 경제력으로 키우면 된다. 국력을 키우면 고루 다 먹일 수 있단 얘기다.

국력은 어떻게 키우나. 기업을 도와 일자리 만들어주고 기술 개발과 안보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거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장관 딸 벼슬 주고 쌀 한 톨 생산 안 했으면서 쌀 주자 말자 입 싸움하고 앉은 정치부터 고쳐야 한다. 국회의원 그만둬도 죽을 때까지 120만 원씩 타먹는 악법이나 만드는 그들의 배를 줄여야 남북 아이들 배가 부를 수 있다.

김정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