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대구의 책쓰기 교육 성과

'네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알아. 우리 모두는 어떤 것과 싸우고 있어. 그러기에 마음을 잡는 게 좋을 거야.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네가 그럴 만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난 네가 포기하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난 널 알 수 있어. 그리고 넌 실패하지도 않을 거야.'('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Freedom Writers Diary) 중에서)

1994년 에린 그루웰이라는 여교사가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있는 월슨고등학교에서 국어선생님으로 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에린 그루웰의 교실인 203호는 불량 학생들의 집합소다. 보호관찰 대상이거나, 마약 중독 치료 중인 아이, 전학 조치를 당한 아이들이 대부분인 이 교실에서 희망은 너무나 먼 얘기이다. 거리는 마약과 갱들의 총격전으로 전쟁터나 마찬가지이다. 목숨을 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학교와 공부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루웰은 상처투성이인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접고 '관용'과 '솔직한 글쓰기 교육'을 시작한다. 안네 프랑크의 '어느 소녀의 일기'를 읽고 안네 프랑크의 가족을 숨겨준 용기 있는 여성, 미스 기스를 초대하여 강연을 듣는다. 보스니아 전쟁으로 날마다 죽음의 공포와 마주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아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어린 소녀 줄리타의 일기 '어느 사라예보 아이의 삶'을 읽고, 줄리타를 초대해 강연을 듣는다. 이런 활동은 일기 쓰기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을 쓰기 시작했다. 솔직한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꿈을 찾는다.

에린 그루웰은 학생들의 일기를 엮어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를 책으로 출판한다. 일기를 쓴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교 졸업조차 꿈꿀 수 없었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책을 출간한 '자유 작가'(Freedom Writers)들은 자신의 꿈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자유 작가 재단'(Freedom Writers Foundation)을 만들었다. 나아가 미국 전역에 솔직한 글쓰기 교육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공은 다르지만 대구에서 흡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2009년 한국판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인 '13+1'이 출판되었다. 한국판 그루웰과 '자유 작가'가 탄생했다. 바로 경명여고 한준희 선생님과 '꿈반이' 학생들이다. 입시교육에 지쳐 꿈이 없는 아이들과 '수용'과 '책쓰기'를 한다. '꿈반이' 학생 13명 중 12명이 지난해 자신이 꿈꾸는 대학에 수시로 입학했다. 놀라운 결과가 아닌가! 그야말로 꿈이 공부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김열규 교수의 '공부'라는 책에서 책쓰기 교육은 진짜 공부이고, 대구교육계만 즐기는 지적 향연이며, 대구교육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고 극찬했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학생 저자 3천981명이 탄생했다. 올해는 1만 명이 넘는 학생 저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교육의 미래 아이콘인 책쓰기 운동이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전문가 컨설팅, 홍보, 출판 지원과 같은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원경 대구시 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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