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철의 전시 '악기가 되고 싶은 육체의 고단한 꿈'이 26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초대전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작을 포함한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 때마침 그의 작품과 글을 정리한 책 '바람소리'도 발간됐다. 지금까지 작품세계를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전시는 그에게 특별하다.
3년 전 가창에 작업실을 마련한 뒤부터 그의 작품에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작품의 색도 훨씬 다양해졌다. '어이쿠 봄 간다'는 제목처럼, 자연의 찰나적인 변화를 순간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봄부터 겨울까지 자연의 변화를 한 화면에 담은 작품도 있다. '순환'의 이야기다. 방대한 자연에 던져진 인간이 느끼는 심성을 보여준다.
그는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문학 등에 조예가 깊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문학적이다. 관객들에게 은유적인 말 걸기를 한다.
"똑같은 재연은 재미없잖아요. 추상으로 함축시킨 작품이 제 작품의 주를 이룹니다."
5살에 손가락을 잃고 놀이 삼아 붓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에게 그림과 글씨는 하나다. 대구에서 드물게 캘리그라피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 '대구오페라축제' 등 굵직굵직한 문화행사에 사용되는 글씨는 대부분 그의 것이다.
"글씨에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해요. 문자가 전달하는 이미지가 글자 속에 살아 있어야 하죠." 이런 그의 지론은 그림에도 연결된다. 그의 그림 속에도 문자가 숨겨져 있다. 작가가 새롭게 해석해 조형화한 'LOVE'는 다정다감하고 '꽃'이란 글자는 꽃처럼 아름답다. 글자 '풀'은 작품 속에서 청순한 느낌을 던져준다. 한글이 그의 손끝에서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우연'에 기댄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리다가 망친 그림을 뒤집어봤는데, 의외로 재미있었어요. 한지 작품은 액체가 기화되면서 나오는 효과를 보여주는 건데, 절반은 작가의 몫이고 나머지 절반은 한지가 완성한 겁니다."
작가가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있는 작품도 있다. 물구나무 서 있는 자신의 모습, 더위를 피해 산으로, 계곡으로 오는 사람들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자신의 자화상을 찢었다가 이어붙여 표현했다. 충동이 극대화되는 머릿속을 통해 그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전시를 앞두고 작업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석 달쯤 두문불출했다. 그가 알처럼 품고 있던 작품은 세상으로 나와 관객들과 또 다른 소통을 시도한다. 053)666-3266.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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