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깊은 산속 연못 속 개구리 배꼽에 점 하나

'깊은 산속 연못 속에 개구리의 배꼽에 점 하나♪♬'

'깊은 산속 연못 속에 개구리의 배꼽에 점 하나♪♬'

하루는 7살 딸아이가 동생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배를 잡고 뒹군다. 무에 그리 재미있나 하면서도 무심히 흘려듣기만 했다. 그런데 한참을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자꾸 귀에 맴맴 돈다.

'깊은 산속 연못 속에 개구리의 배꼽에 점 하나'

깊고 깊은 산속이 어디 있을 것이며, 그곳에서 연못은 또 어떻게 찾을 것이며, 그 속에 살지도 모를 개구리는 어디 있으며, 더구나 그 개구리의 배꼽에 점이라.

그야말로 존재감이 희박(?)하다. 그런데도 두 아이는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돌림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이들이 그 뜻을 생각하면서 부르는지 그저 '배꼽' 이라는 단어가 재미있어 웃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심히 있던 필자의 가슴에 무언가 '쿵' 하는 파장이 일어났다.

4대강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이름 없는 생명들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포클레인과 요란한 소음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피해 달아나고 있지는 않을까. 용케 숨을 공간이라도 찾은 놈들이야 다행일지도 모르지만 무방비 상태로 그냥 짓눌리고 밟혀 죽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강가에 가서 평화롭고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는 일이 이제 여간 힘들어진 것이 아니다. 아예 접근조차 쉽지 않다 보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모름지기 강의 모습은 '풍화', '침식', '퇴적'을 반복하면서 수천 년 세월의 흔적이 만들어 낸 자연의 창조물이다. 그러한 강의 모습을 일순간에 흩트려 놓았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 현란함을 넘어 찬란하기까지 한 공학적 공법을 들이대며 4대강 공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구조물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 기술이야 이미 세계 수준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토목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지 않은가. 정부가 계속 주장하듯 4대강 사업이 진정 강 살리기 사업이라면 '토목 기술력'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생태적 복원력'에 의지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얼마 전 광주 어느 교회의 청년모임에서 낙동강을 걷겠다고 대구를 방문했다. 영산강이 아니고 왜 낙동강이냐고? 4대강 문제에 이렇게 무심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고, 이왕이면 영호남이 교류하면서 힘을 합쳐 4대강 문제를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폭염에 낙동강을 걷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 없고 힘은 없지만 양심의 힘으로 4대강 문제에 대항하고 있었다.

대구 동성로 도심에 위치해 있는 2'28공원에서는 대구경북골재노조원들의 천막 농성이 진행 중에 있다. 4대강 사업은 대기업이 특정구간을 맡아서 총괄 진행하는 턴키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그동안 낙동강에서 골재업을 해 오던 영세업체는 폐업신고를 한 상태이고 그에 따라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매주 목요일은 지역의 예술인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소리 없는 외침의 몸짓이 이어지고 있다. 작은 깃발 하나씩 들고 요란한 동성로를 지나며 '4대강 STOP'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요란한 소리와 번쩍이는 불빛 속에서 이들의 발걸음은 소리없는 아우성이 되고 있다.

지역의 종교계에서도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깊은 산속 연못 속에 개구리의 배꼽에 점'처럼 위정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릴 적에는 아주 작은 것들, 조그마하고 하찮은 것들에 눈이 가고 손이 가고 관심이 간다. 발밑에 기어다니는 개미들, 주머니 속에 쑤셔놓은 구겨진 딱지, 어디에선가 주워온 작고 반들거리는 조약돌, 이 모든 것들이 비록 미미한 존재일지라도 소중하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면, '지배'보다는 '공존', 함께 존재함을 선택할 것이다.

공정옥(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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