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95조원을 들여 전국 주요 거점 도시를 고속철도(KTX)로 연결, 전 국토를 2시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미래 KTX 고속철도망 구축 전략'을 발표한 데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동남권 신국제공항을 백지화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공항·교통전문가들과 국회의원들은 전국 중소도시까지 KTX로 연결되면 교통·물류의 수도권 집중은 물론 항공수요의 경우 '인천공항 빨대효과'를 가져와 동남권 신공항 무용론을 위한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6일 서울 무역센터에서 열린 '동남권 신국제공항의 타당성과 최적입지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유승민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정부가 갑자기 KTX 전국망화 계획을 들고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동남권 신공항을 염두에 두면 '섬찍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며 "10조원이면 신공항을 건설할 수 있는데 95조원을 들여 전국을 2시간 생활권으로 하겠다는 계획은 신공항을 포기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정책연구소 김효준 고문(전 인천공항 개설준비단장)은"KTX를 전국 구석구석까지 깔 경우 정부의 역점 정책인 광역경제권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 특히 광역경제권 형성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는 영남권에 가장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공항 입지 결정을 미루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영남권이 이에 대해 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등으로 예산부족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KTX 고속철도망 구축 전략을 들고나온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KTX 전국망화 예산의 10%만 투입해도 신공항을 건설할 수 있는데 정부가 신공항 결정을 미루면 엄청난 국민적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수도권 전문가들도 KTX 확충 안은 지방공항의 경영악화를 부르고, 동남권 신공항 건립에도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배춘봉 연구원은 "KTX 확충안이 실현되면 수도권이 충청권, 영남권을 흡수하고 인천공항으로의 '빨대효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동남권에 신공항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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