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주연의 '해결사'는 추석용 영화다.
명절용 영화라면 타깃이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가벼운 얘기에 볼거리 있는 액션이 가미된 성룡 스타일의 영화가 제격이다. '해결사'는 할리우드 영화 '도망자'와 '다이하드'가 결합된 성룡 영화같은 액션물이다. 자신에게 맞춰진 음모의 포커스를 벗어나기 위해 시종일관 뛰어다닌다.
도망자는 흥신소를 운영하는 전직 강력반 형사 강태식(설경구)이다. 연쇄살인범에게 아내를 잃은 뒤 혼자 딸을 키우며 살고 있다. 형사 시절 노하우에 타고난 저돌성으로 이 세계에서는 최고를 달리는 만능 해결사다. 거기에 첨단 장비를 갖춘 천재 해커의 지원까지 받고 있다.
오늘은 불륜 현장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카메라를 연사하며 모텔방을 덮치지만 거기에는 한 여인이 숨져 있다. 이때 걸려온 전화 한 통. "곧 경찰이 들이닥칠 것이니 피하라." 그리고는 누명을 벗으려면 누군가를 납치하라고 요구한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것도 잠시, 의뢰인은 강태식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읽고 놔주지 않는다. 납치 대상자는 정국의 핵심 열쇠를 쥐고 검찰 출두를 앞둔 거물 변호사. 그러나 납치에 성공하지만 사건은 고구마 줄기처럼 힘들게 엮이기만 한다.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연쇄살인범까지 죽으면서 이 사건 역시 태식의 범행으로 위장된다.
'해결사'는 대선을 앞둔 권력의 암투와 추한 사건들을 바탕 화면에 깔아두었다. 살인도 서슴지 않는 파렴치 정치인과 돈에 대한 욕심이 과한 경찰이 다혈질의 한 남자를 제물로 펼치는 이야기다. '해결사'는 '짝패'의 류승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짝패'의 조감독 출신인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속도감 넘치는 액션으로 정평이 나 있는 '류승완 사단'의 작품답게 모텔을 빠져 나오는 첫 액션 장면부터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쫓고 쫓기는 긴박감에 빠른 화면 전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전체 촬영 컷 수가 1만 컷, 영화에 사용된 컷 만 2천543컷이라고 한다. 일반 영화가 편 당 1천 컷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화면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경구는 대역 없이 와이어를 매달고 고공 점프를 하는 등 영화 내내 달리고, 구르고, 맞고, 때리는 맨몸 욕탄전을 펼친다. 후반부 자동차 추격전도 스케일이 크다. 이 장면은 대전시의 전폭적인 지지로 시청 앞 8차선 도로를 5일간 전면 통제해 찍었다.
태식을 조종하는 악역을 맡은 형사 장필호 역의 이정진, 사건을 쫓는 강력반장 상철 역의 오달수의 연기는 무난한 편. 그러나 형사 종규역의 송새벽은 이제까지 보지 못한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워낙 능청스러워 언뜻 보면 연기가 서툴러 보인다. '방자전'에서 변학도 역을 놀랍게 해낸 그는 '해결사'에서도 4차원 캐릭터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정국을 뒤흔들 열쇠를 지닌 변호사 역의 이성민의 연기도 감이 좋다. 그는 대구 연극계 출신으로 드라마 '파스타'에 이어 영화까지 진출해 밝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해결사'는 기민한 액션에 빠른 화면, 스케일 큰 카체이스 등 덩치는 좋지만, 이야기 흐름은 섬세하지 못하다. 처음 모텔에 쳐 놓은 덫도 허술하고, 경찰 출신의 닳고 닳은 해결사가 그 덫에 걸려 좌충우돌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태식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친했던 후배 경찰이라는 것, 그 사실을 강력반장 상철이 알게 되는 것도 설명이 매끄럽지 못하다.
또 부패 정치인과 악질 형사, 함정에 빠진 해결사와 그를 도와주려는 착한 형사, 홀아비와 딸 등 캐릭터와 함께 거대한 조직에 맞선 혈혈단신 시민 영웅의 이야기도 다소 상투적인 편.
그렇다면 '해결사'는 빠른 격투에만 목을 맨 것인데 그마저 노력한 만큼 박진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밀고 당기고, 강약과 완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액션의 강도가 더욱 커지는 법이다. '해결사'는 숨 쉴 틈 없는 액션은 좋으나 그 바람에 탄력성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해결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코믹이 가미된 추석용 액션 영화다. 15세 관람가. 러닝 타임 99분.
김중기 객원기자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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