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월곡초등학교는 학급 수가 19학급(일반학급 17, 특수학급 2)으로 규모가 비교적 작다. 더구나 학교 주변 환경이 열악해 전교생의 절반 정도가 교육복지 대상 자녀로 소위 가난한 집 아이들이 다닌다. 이런 학교가 일반적인 교육과정 외에도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교복투) 학교, 자율학교, 학력향상 시범학교, 다문화이해교육 특별학교, 흡연예방 선도학교, 육상중심학교, 학부모동아리학교이다. 작은 학교는 기본적으로 일이 많은데 특별사업까지 25명의 교사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형편에 올해 교육청의 세심하지 못한 교원 인사로 어려움이 더 커졌다. 3월에 이름만 걸어두는 교육청 파견교사를 하필 이 학교에 발령 내 1년 내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게 했다. 2학기에는 안식년제(연구년제) 시범사업을 하면서 하루 만에 교원평가 시범학교 교사만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우리 학교 부장교사가 뽑혀서 6개월간 교육과학기술연수원 파견 형식으로 간다. 이 일로 갑자기 담임이 바뀌어 교과전담을 하던 부장교사가 학년 담임으로 가고, 다시 기간제 교사를 6개월간 채용하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느닷없이 학교장이 2학기 개학 이틀을 앞두고 덜컥 발령이 났다. 그야말로 인사 폭탄을 맞은 셈이다.
최근 경기도, 서울, 강원, 전북 등의 교육청에서는 자율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1억~2억원의 특별 예산을 지급하고 있다. 이 혁신학교는 교육과정 중심, 배움 중심, 교육주체 중심의 학교 운영으로 교사와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엄청나게 높아 확산될 전망이다. 이들 가운데 성공한 학교들은 내부형 공모제 교장을 임용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년 전부터 대구교육대학교 교수들이 연구비를 투자하고 연구 역량을 총동원해 프로젝트 학습을 중심으로 학교 혁신을 실험해 왔지만 교사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일반화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 모양이다. 그 원인의 핵심은 승진 가산점으로만 움직이고 겨우 500여만원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범학교, 연구학교를 지정해 두고 승진 가산점을 인센티브로 필요한 교사를 모았지만 이런 학교는 해당 교사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웃 학교 교사들에게 성과를 전이시키거나 일반화하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런 형편에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실천할 수 있는 혁신학교와 작은학교운동, 대안학교의 사례는 우리 교육의 불씨가 되고도 남는다.
새로 취임한 대구 교육감께 고언하고 싶다. 적어도 우리 학교같이 가난한 아이들이 다니는 작은 학교에는 승진 가산점이 아니라 가난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교장과 교사를 초빙하게 해 학교를 혁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의 핵심은 승진 가산점을 주지 않고 혁신을 꿈꾸는 교장과 교사들을 모집해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의 꿈을 실천할 기회를 주는 일이다. 승진 포기 선언을 하고 평생 교사로 살겠다고 결의한 교사들이 대구에도 아주 많다. 대구 교육은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급한 게 아니라 교육 원리가 상식이 되게 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학교처럼 작은 학교가 교육청 인사 행정의 난맥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교육청은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청이 올바른 교육정책을 갖고, 학교 중심의 행정을 펼쳐야 우리 학교 같은 일이 다시 생기지 않는다.
임성무(대구월곡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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