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 물량도 없고, 살 사람도 없고…농산물도매시장 '개점휴업' 상태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냉해와 폭염, 태풍까지 겹쳐 농작물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8일 오후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채소류 경매시간임에도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냉해와 폭염, 태풍까지 겹쳐 농작물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8일 오후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채소류 경매시간임에도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두 차례 연이어 불어닥친 태풍에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이던 농산물 가격이 더 뛰어올랐다. 냉해와 여름철 이상 고온으로 작황이 부진한데다 태풍까지 겹치면서 산지에서 공급이 원활치 못했기 때문. 상인들은 "추석이 가까워 오면서 물량은 조금씩 늘어나겠지만, 가격이 내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상인과 소비자 모두 힘든 추석을 보낼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목장 앞두고도 일거리 줄어든 도매시장

추석을 2주일 앞둔 8일 오후 찾은 대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오전에 있은 과일과 버섯 경매가 모두 끝나고 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부 중도매인들이 낙찰받은 물량을 정리하고 있을 뿐, 예전과 같은 활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과일과 채소 모두 공급이 저조해 일거리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9월 7일과 지난해 같은 날의 거래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사과 거래량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 배 거래량은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이 45%, 호박 30%, 배추 40%, 무 90% 등 채소 역시 공급이 크게 줄었다. 매일매일 거래량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년 수준을 턱없이 밑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역인부 김모(35) 씨는 어제 낮 12시부터 꼬박 26시간을 일하고 겨우 4만원을 손에 쥐었다고 했다. 김 씨는 "예전 같으면 밤새도록 물량이 밀려들어 10만원은 넘게 벌어야 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경매가 이뤄지기 직전인 새벽시간 잠시 바빴을 뿐 그 외 시간에는 일거리를 찾기 힘들었다"며 담배만 피워댔다.

20년간 이곳에서 중도매상으로 일해왔다는 한 상인은 "예년에 비해 물량이 3분의 1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물량이 줄다 보니 가격은 한층 더 뛰어올랐다. 예년 같으면 개당 200~500원 선이었던 가시오이 하나는 현재 도매가 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애호박은 3천원이다. 3일 전만 해도 2천200원이었지만 하룻밤 사이 800원이 훌쩍 올라버렸다. 그는 "여름에 너무 더워 고랭지 채소들이 성장을 제대로 못한 까닭도 있고, 최근에는 비가 자주 오다 보니 채소가 물러버려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이 뛰어오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예전에는 채소 한 박스당 가격이 2천~3천원 오르내리면 가격변동이 심하다고 말을 했는데 요즘은 하룻밤에 1만~2만원씩도 출렁거려 등락폭이 훨씬 커졌다"고 푸념했다.

과일도 비싸긴 마찬가지다. 김은경(42) 씨는 "13년을 도매시장에서 일했지만 올해처럼 과일값이 비싼 적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과·배 모두 50~60%가량 가격이 뛰어올랐다. 김 씨는 "비싸게 팔면 좋지 않으냐고 하지만 그것은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워낙 가격이 비싸다 보니 추석 선물로 사과·배를 찾기보다 외국산 과일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소비자 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듯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한층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구의 한 백화점 식품관을 대상으로 과일, 채소, 육류, 수산물 등 30개 품목의 소비자 물가를 조사한 결과 2주일 사이에만 무려 14.3%가 올랐다.

2주일 전(8월 25일)만 해도 3천600원이던 배추는 이달 1일에는 4천800원, 8일에는 5천400원까지 뛰어올랐다. 양배추는 2주 전 2천500원이던 것이 지금은 6천원에 팔리고 있다. 2주 전 1천800원에 팔리던 무는 지난주 2천76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천400원까지 소폭 하락했지만, 대파 한 단은 2주 전 2천200원에서 현재 2천900원으로, 느타리버섯(100g)은 2주 전 1천680원에서 1천900원으로, 양파는 2천원에서 2천16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오름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 중도매상인은 "보통 추석 대목을 일주일여 남겨두고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하지만 올해는 워낙 작황이 부진해 추석이 가까워져도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추석을 맞아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은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소값은 앞을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9월 하순까지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고 있는데다 1, 2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더 영향을 줄 것으로 예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양파·마늘·대파 등은 생산량이 크게 줄어 당분간 값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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