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천정에 매달린 로프를 따라 카메라가 허공을 가로지르고, 트랙을 따라 설치된 레일 위에서도 카메라가 선수들을 따라 빠르게 이동한다.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일~9월 4일) 때 경기 못지않게 볼거리를 선사할 특수 방송 카메라들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데다 육상이라는 종목 특수성까지 겹쳐 경기 중계에 투입되는 방송 장비도 규모와 성능 면에서 최고다. 최첨단을 달리는 각종 방송 장비 100여 대가 경기장 곳곳에 설치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땀방울, 눈물, 표정 하나까지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관중 및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동원되는 예상 카메라 대수는 총 131대로, 2009 베를린의 121대, 2007 오사카 대회의 119대보다 많다.
카메라는 기능에 따라 일반과 특수로 나뉘는데, 일반 카메라에는 스탠더드 카메라(Standard·STD)와 EFP(Electronic Field Production) 및 ENG(Electronic News Gathering) 카메라가 있다. 스탠더드 카메라는 스튜디오 또는 야외 녹화와 중계방송을 할 때 마스터 샷(Master Shot·장면을 구성할 때 시간·공간·내용적으로 가장 중심이 되는 샷) 용도의 카메라로, EFP보다 크기와 줌(Zoom) 폭이 커 샷의 안정감이 있다. 주로 결승선이나 경기장 전경 등을 화면에 담는다.
ENG는 카메라부와 녹화부(VTR) 일체형 카메라로, 인터뷰나 야외 촬영 등 단독으로 촬영할 때 사용되고, EFP는 카메라와 녹화부가 분리돼 있어 실내 스튜디오나 중계차 등 다수의 카메라를 사용해 한 곳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사용된다. EFP는 실제보다 더 아름답고 신비롭게 화면을 구성하는 '뷰티 샷'을 만들어내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번 대회에 사용될 대표적인 특수 카메라로는 트래킹 카메라(Tracking Camera), EFP RF(Electronic Field Production Radio Frequency), 지미집(Jimmyjib) 카메라, 미니 카메라(Mini Camera), 하이 스피드 카메라(High speed Camera), 슈퍼 슬로 모션(Super slow motion), 스카이 카메라(Sky Camera), 스포츠 카메라(Sports Camera), 스테디 카메라(Steady Camera) 등이 있다.
▷트래킹 카메라는 피사체와의 거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카메라가 앞, 뒤, 옆으로 움직이며 샷을 잡는 카메라로, 레일 카메라의 일종이다. 레일 카메라(Rail Camera)는 정해진 레일을 따라 일정한 샷의 크기를 유지하면서 선수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카메라로, 트랙에서는 주로 직선 주로와 3, 4 코너에 설치된다.
▷EFP RF는 와이어리스 카메라, 즉 케이블이 없는 카메라로, 트랙 출발 직전 레인별 각 선수 소개 단독 샷이나 결승선 통과 후 1위 선수, 시상식 등의 화면을 담는데 사용된다.
▷지미집 카메라는 구조물 끝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리모컨으로 카메라를 조정하는 무인 카메라 크레인으로, 용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가 있는데 위, 아래로 오가며 화면에 생동감을 준다. 200m, 400m 출발선 및 장대높이뛰기(Pole Vault)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폴 카메라(Pole Camera)라는 소형 지미집도 있다.
▷미니 카메라는 경기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경기장 내 기자재에 장착하는 소형 카메라로, 3,000m 장애물, 높이·장대높이뛰기, 멀리·세단뛰기 등에 사용되는데 폴 카메라와 스포츠 카메라와 함께 바(bar)나 구름판 옆에 설치해 바를 넘는 모습이나 구름판 실격 여부 등을 보여준다.
▷하이 스피드 카메라는 초고속 카메라로, 초당 1천 프레임(일반 카메라 초당 24프레임)까지 찍을 수 있어 세세하고 생생한 화면을 담을 수 있다. 트랙 경기를 비롯한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투척경기의 결승전에 많이 쓰인다. 슈퍼 슬로 모션 카메라보다 10배 정도 고속촬영이 가능하다.
▷슈퍼 슬로 모션은 초당 90 프레임(frame)을 찍을 수 있는데, 이전의 슬로 모션 장비의 끌림 현상 등이 없어지고 더욱 선명한 느린 그림을 표현할 수 있다. 트랙과 투척 경기에 주로 사용된다.
▷스카이 카메라는 스파이더 카메라라고도 불린다. 경기장 지붕 양쪽 지지대 끝에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로프 2개를 묶어 무선 카메라를 설치, 경기장 이곳저곳에 다니며 경기 및 경기장 전경을 화면에 담는데, 3, 4 코너(트랙경기 좌측 곡선), 100·200m 출발선, 우승선수 세레모니, 투척 경기, 뷰티 샷, 관중석 전경, 시상식 등 폭넓게 활용된다. 2009 베를린 대회 때도 스카이 카메라가 설치됐지만 3, 4 코너 곡선 주로에 국한됐다. 스포츠 카메라는 줌(Zoom)과 포커스(Focus), 팬(Pan·좌우), 틸트(Tilt·상하)가 자유로운 일체형으로, 리모트 컨트롤 되는 카메라다. 사람이 직접 찍으면 위험한 투척 경기에서 낙하지점에 설치해 두고 떨어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는다.
▷스테디 카메라는 움직임을 안정시켜주는 장치를 장착한 카메라로, EFP-RF(Radio Frequency)와 결합하여 사용한다. 카메라맨이 직접 카메라를 어깨에 올리거나 들고 촬영할 때 생기는 불안정함과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허리와 어깨를 연결해 착용하는 지지대에 카메라를 올려놓을 수 있는 특수 장치가 있는 카메라다. 선수를 따라 뛰거나 격하게 움직이더라도 진동이 없는 안정된 화면을 얻을 수는 게 특징으로, 마라톤 등 도로 경기에 많이 사용된다. 스테디 카메라맨의 방송 촬영용으로 사용되는 특수 장비인 1인용 스쿠터인 세그웨이(Segway)를 이용하면 기동력을 높일 수 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미디어지원부 서영철 부장은 "이번 대회엔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과 방송 장비를 종합적으로 투입해 가장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영상을 만들어낼 예정으로, 장비 수에 있어서도 역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중 최대 규모"라며 "대구 대회에선 베를린에서도 사용하지 못한 3D 영상을 선보이고, 화면 전달 속도도 더 빨라져 마치 직접 보는 듯 생동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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