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생이 봉이냐" 대학생 1人 3,580원 저작권료 징수

문화부 "내년부터 복사물 저작권료 징수"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부터 전국 각 대학교에서 수업을 목적으로 책이나 영상물을 복사하는 행위에 대해 '저작권료'를 징수하기로 해 대학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학과 학생들은 저작권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국 모든 대학교에 대해 일률적으로 재학생 1명당 3천580원의 저작권료를 거둬들이겠다는 문화부의 방침은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이라는 것. 저작권료 산정 기준이 모호하고, 결국 학생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가게 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3천580원의 기준이 뭐냐"

문화부는 지난해 전국 50개 대학에 대한 복사 실태조사 후 올해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400여 개 대학에 보상금 기준안을 보내는 등 '수업 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문화부 방침에 따를 경우 학부생과 대학원생 2만8천여 명이 다니는 경북대는 연간 복사물 보상금이 1억200만원에 이르는 등 대구경북 주요 대학들은 매년 1억원 안팎의 보상금을 내야 한다.

수업 목적 저작물은 대학 교수들이 수업에 쓰기 위해 복사한 제본책이나 영상물을 의미한다. 문화부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보상금 제도를 도입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학과 학생들은 보상금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은 "2011년부터 매년 전국 모든 대학교에 대해 재학생 1명당 3천580원의 보상금을 거두겠다는 게 문화부 계획"이라며 "십원 단위까지 보상금액을 책정하고서도 정작 구체적 기준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진아(23·여·영남대 건축학과) 씨는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 비중이 높은데 대학으로부터 보상금을 거둬도 결국 우리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이라며 "학생 의견은 묻지도 않고 징수 금액만 공지하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징수에만 열 올리는 문화부

복사물에 대한 보상금 징수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분배 원칙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영남대 수업학적팀 강철구 팀장은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문화부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저작권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상금을 배분한다는 계획은 없다"며 "정확한 분배 원칙까지 세워놓고 대학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학사과 관계자는 "불과 수십여 개 대학에 대해 단 5개월간 조사하고 보상금을 책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지역 대학을 방문해 수업 시간에 어떤 방식으로 저작물이 사용되는지 조사한 적도 없기 때문에 보상금을 낼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저작권자와 대학 간에 저작권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인데 대학들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대학 측을 비난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이 제도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전국 400여 개 대학을 상대로 세밀하게 실태조사를 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보상금 분배 원칙은 앞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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