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기존 이미지보다 실제가 더 좋아요."
대구를 배경으로 촬영에 들어간 드라마 '더 뮤지컬'의 주연 배우인 구혜선과 최 다니엘이 이틀 동안 대구 곳곳을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밝힌 소회다. 스태프들도 "대구는 사통팔달 도로가 잘 뚫려 있고, 쾌적하고 깨끗한데다 서울처럼 발디딜 틈 없이 복잡하지도 않아 생활하기에 적절한 규모의 도시"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실제 와 보면 '꽤나 괜찮다'는 평가를 듣지만 도시 이미지를 알리고 홍보하는 데는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듣는 게 대구의 현실이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마지못해 무언가를 하려니 부자연스러운 게 또한 대구의 현실이다. 이젠 마인드를 바꿀 때가 됐다.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알릴 기회가 오면 시민 모두가 적극 나서자'는 쪽으로.
◆구혜선과 최 다니엘 "참 좋은 기억"
오는 11월부터 방영될 20부작 드라마 '더 뮤지컬'의 남녀 주인공이 이달 3, 4일 대구의 여러 곳을 누비며 촬영을 마쳤다. 서울로 다시 올라간 후 구혜선과 최 다니엘이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와 메일을 날려왔다.
"대구에 내려와서 정말 맛있는 음식들 많이 먹었고요. 우리나라지만 해외에 나온 기분이 들었어요. 너무 좋았습니다."(구혜선)
"대구에 외할머니가 계셔서 참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대구의 더위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동성로나 서문시장,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최 다니엘)
이 드라마는 구혜선이 대구 서문시장 포목점집 손녀로 태어나 뮤지컬 배우로 대성하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구혜선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입상한 뒤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에 나가는 등 브로드웨이에서도 성공을 거두는 월드 스타로 성장하는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대구로서는 이 드라마가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구의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구 출신들이 단지 정치권력에 기대 성공한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점을 부각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 김문수 프로듀서는 "대구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며 "대중매체를 통해 도시를 알리는 것이 직접 홍보보다 더 파급 효과가 큰 만큼 대구시를 다양하게 홍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화나 드라마 한편이 도시를 살린다'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특정 지역을 관광 명소로 만든 사례는 국내·외에 많은 사례가 있다. 배용준이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한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남이섬은 일본 및 중국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 관광지가 됐고, 이병헌·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올 인'의 배경이 됐던 제주도의 '섭지코지'도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며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 '반지의 제왕'의 무대가 됐던 뉴질랜드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가 됐으며,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주연한 영화 '노팅힐' 역시 런던의 노팅힐 지역을 관광 명소로 만들고 '노팅힐 카니발'을 세계적인 거리 축제로 띄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구는 흔한 말로 한방에 관광객들이 몰릴 만큼 대구를 알릴 결정타가 지금까지 없었다. 자연경관과 사람, 문화 등 무엇으로 대구라는 도시를 대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겠지만, 노력하다 보면 분명 대구라는 도시를 한방에 알릴 결정타는 찾아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더 뮤지컬'은 작지만 의미 있는 기회가 될 법하다.
대구시민조차 '대구엔 볼거리·즐길거리·먹을거리가 없다'고 체념하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인구 250만의 도시에 '아무 것도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비하다. 대구만의 강점을 찾아내고 제대로 키워서 알릴 수 있다면 대구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몰려오는 건 그에 따른 효과다. 관광객들의 관심과 흥미가 무엇인지를 생각지 않고 관광정책의 방향을 세워서는 결코 대구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다.
대구가톨릭대 호텔경영학과 김미경 교수는 "대구는 역사나 문화 등 소프트웨어 쪽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꿀 필요가 있다"며 "매체를 통한 간접홍보 등 대구시는 관광정책 및 홍보지원책을 보다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협조=드라마'더 뮤지컬'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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