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전국의 대학 재학생 1명당 3천850원의 저작권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교수가 수업을 위해 책이나 영상물을 복사하는 행위에 대해 저작권료를 일괄 징수하기로 하고 전국 400여 대학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만8천 명의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재학 중인 경북대의 경우 연간 1억 2천만 원의 보상금을 내야 하는 등 지역의 주요 대학은 매년 1억 원 안팎의 재정 부담을 추가로 안아야 한다. 현재 국내 대학 대부분이 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결국 학생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 학생들의 개인적인 복사는 물론 수업을 목적으로 한 저작물도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저작권자가 입는 피해는 어떤 형태로든 보상되어야 한다. 문화부의 저작권료 일괄 징수 계획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징수액의 책정 근거가 불명확하고 거둔 보상금을 저작권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다는 점이다. 대학들이 문화부의 계획에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문화부는 지난해 50개 대학을 대상으로 5개월간 실태 조사 끝에 재학생 1인당 징수액을 책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근거가 되는 불법 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저작물의 규모와 종류, 대학별'학과별 규모와 빈도, 표본 조사에서 드러난 총 피해 액수 등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한마디로 왜 1인당 3천850원을 일괄 징수해야 하는지 대학과 학생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무조건 저작권료를 걷겠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선 횡포다.
더구나 문화부의 계획은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을 저작권법 위반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격 침해의 소지도 있다. 만약 수업 목적으로 저작물을 불법 복사한 적이 없는 교수나 학생이 문화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할 경우 문화부는 '혐의'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도 문화부의 방침은 무리수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전국의 대학을 모두 조사해 대학별로 징수를 하거나 저작권자와 해당 대학 또는 교수 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후자가 훨씬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수업 목적이라면 대학과 학문 발전을 위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 무료 복사를 허용할 저자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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