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늬뿐인 학회'학술지 너무 많다

국내의 많은 학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학회는 2천635개이고 등재 및 등재 예정 학술지는 1천885종이다. 학문의 분야는 제한돼 있는데 학회가 많다 보니 비슷비슷하거나 지역별로 학회가 구성돼 있는 것이 많았다. 사회과학 분야는 849개의 학회가 있고, 인문학도 640개나 됐다.

학자가 학회와 학술지를 통해 활발하게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의 연구를 대외적으로 알림으로써 평가를 받기도 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첫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록된 학회 중에는 이름뿐인 곳이 많다. 최근 5년 동안 단 한 번도 학술대회를 개최하지 않은 곳이 수백 곳이나 되고 학술지도 제대로 발행하지 않는다. 2007년 한국학술진흥재단이 2천373곳의 학술 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30% 이상이 사무 직원이나 사무 공간이 없었다. 무늬만 학술 단체인 셈이다. 그럼에도 학회, 학술지가 난립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에 따른 프리미엄 때문이다.

정부는 등재된 학회나 학술지에 대해 운영 자금을 지원해 준다. 교수는 등재 학회나 학술지의 임원으로 활동하거나 논문을 게재해 쉽게 실적을 쌓는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수의 연구 업적을 평가할 때 등재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주요 잣대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실적은 개인 승진은 물론, 정부나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에 학회 만들기 전공 교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교수의 연구 바탕이 되는 학회와 학술지를 제재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회나 학술지가 무분별하게 난립한 까닭에 본인이 임원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거나 수준 이하의 논문 발표, 중복 게재 등의 문제가 불거진다. 사실 이 문제는 학자 양심의 영역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연구 외의 목적을 위한 학회나 학술지는 제재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등재 요건을 강화해 철저하게 심사하고, 등재된 학회라도 실사를 통해 운영 자금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 대학도 논문 중복 게재나 논문 대리 작성 등 학문의 정신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제재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자들의 자성이 필요하다. 학회와 학술지는 학문을 위한 것이지 개인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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