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평등, 의식 바꿔야 할 차례" 김태현 여성정책硏원장

'양성평등' 경북대 전국학술세미나서 강연

"지금까지는 법과 제도를 고치는 데 전력을 다했다면 이제는 성평등에 대한 의식을 바꿔야 할 차례입니다."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3일 경북대에서 열린 양성평등 전국학술세미나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원장은 현재 여성계의 이슈를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 저출산 고령화 문제, 여아의 안전'으로 압축했다. 이 모두는 여성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다.

"남성들은 '이제 더 이상 뭘 바라냐'며 여성계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주변을 돌아보면 법과 제도는 개정됐지만 행복한 여성은 많지 않죠. 이제 여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시기입니다."

여성 문제는 간단치 않다. 지난 한 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42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한 번 추락한 출산율은 움직일 기미가 없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비율은 10년째 5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원장은 "제도와 여성 현실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공무원 채용시험 등에서 여성의 합격률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도층에서 여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134개국 가운데 전문직 진출 여성 비율은 82위, 여성 지위는 69위에 머무르고 있으며 여성권한 척도 지수는 115위에 불과하다. 국제적인 기준의 통계들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빈곤의 여성화도 심각하다. 빈곤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 한 부모 가정의 경우 여성가장 비율이 80%에 이르고 있으며 여성에게 할당되는 몫은 비정규직이 더 많다.

최근 여성계의 화두로 여아의 안전이 대두되고 있다. 여아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면서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강조하는 녹색성장도시가 바로 여성친화적인 도시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녹색성장도시의 핵심은 여성친화적인 도시와도 연결되고 그것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도시를 의미한다. 김 원장은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의 여성정책을 그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대구가 고향인 김 원장은 지역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 지방선거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여성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후보자가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여성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공약 이행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필수다.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친화적 도시로 거듭나는 방안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여성이 행복해야 나라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최세정기자

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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