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벌초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장년층은 자신들이 마지막 벌초세대가 되지 않을까 은근히 염려한다. 아예 '납골당'으로 바꾸자는 논의도 종종 해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기 일쑤다. 벌초 때면 사고도 많다. 뱀에 물리거나 벌에 쏘이고, 예초기에 다치는 경우도 많다. 심한 경우에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명절 때마다 '주부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추석 때만큼은 벌초를 두고 남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
◆벌초 언제부터 했나
안동대 민속학과 임재해 교수는 벌초의 역사를 '매장 형태의 묘지를 쓰면서'라고 정의한다. 벌초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을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민족은 전통적으로는 음력 7월 중순에 벌초를 했다. 흔히 풋굿(초연)먹기 전에 벌초를 했다고 하는데, 그 무렵이면 풀이 가장 왕성하면서도 씨앗이 떨어지기 직전이다. 1년 중 풀을 가장 효과적으로 차단할 무렵을 택해 벌초를 했던 것이다."
임 교수에 따르면 옛 사람들은 성묘를 1년에 여러 번 했다. 한식에도 가고, 설에도 가고 추석에도 갔다. 가장 최근까지 이어져오는 성묘는 음력 7월 벌초와 8월 한가위 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 이런 문화는 다르다. 예컨대 안동지역에서는 하루에 두 번 제사 지내지 않는다며 추석 때 성묘는 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름다운 문화로 정착
197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기 시작했다. 당시에 '앞으로 벌초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조상이나 전통을 지키는 것을 문화적 가치로 여겨 산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재해 교수는 "이맘때면 사람들은 누가 묻지 않아도 지난 주말에 벌초 갔다 왔더니 온 몸이 다 뻐근하네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자부심이고 자랑이다" 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조상을 찾고 전통을 지켜가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문화다"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옛날 양반들은 아랫사람들에게 집안 벌초를 맡겼고,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도시로 나간 사람들은 고향에 묘지기를 두거나 동네 사람들에게 논밭을 무상으로 대여하는 대신 벌초를 맡기는 형식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사회적 계층과 재력에 관계없이 조상 묘를 직접 벌초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다음 세대에 벌초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벌초 문화는 오히려 활성화 되고 있다" 고 평가했다.
◆ 벌·뱀 등에 대처하는 법
해마다 벌초 때면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벌초 관련 안전사고 가운데는 벌 쏘임 사고가 가장 많다. 소방방재청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추석 전 한 달 사이 발생한 벌초 관련 사고는 평균 1천171건이다. 이 중 벌에 쏘이는 사고가 85%를 차지한다.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서는 벌을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는 게 우선이다. 향이 진한 화장품, 밝은 색 계통이나 털이 많은 재질의 옷은 피하는 게 좋고, 긴 소매 옷을 입는 것이 안전하다. 벌에 쏘이면 대체로 아프고 붓는 정도지만 벌독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쇼크에 빠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해독제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벌에 쏘였을 때는 뱀에 물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혈대를 감아 벌독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방지하고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벌침은 손이나 핀셋으로 뽑지 말고 카드 등으로 밀어서 빼는 것이 좋다. 핀셋이나 손으로 벌침을 집을 때 침 속의 독을 피부 속으로 짜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사에 물리면 화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붓기, 출혈, 물집, 피부조직이 죽는 괴사, 손발 힘 빠짐, 구역질, 구토, 식은땀, 감각 둔화 등의 증상이 생긴다. 물리면 즉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독사에 물린 뒤 당황해서 뛰거나 심하게 걸으면 독이 더 빨리 퍼지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끈으로 물린 곳에서 5~10㎝ 위쪽을 단단하게 묶고 입에 상처가 없는 사람이 빨아내야 한다. 물린 부위는 심장보다 아래쪽에 두어야 한다.
◆빈발하는 예초기 사고
예초기 칼날은 고속으로 회전하는데다 날카롭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심한 부상을 입는다. 따라서 작업 때 칼날이 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하고 장갑이나 보안경 등 안전장구의 착용이 필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독약으로 상처를 씻어 흙과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상처에 흙이나 된장, 담뱃가루 등을 바르는 행위는 금물이다. 출혈이 심할 경우에도 상처 부위를 강하게 묶어 지혈하기보다 출혈 부위에 수건을 대고 상처를 압박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묘지 주변 관리
일반적으로 묘지는 2년만 관리하지 않아도 찾기 힘들 정도로 풀이 무성해진다. 5년만 벌초를 하지 않으면 거기 묘지가 있다는 것조차 알기 어렵다. 벌초 때 특히 신경 쓰이는 것은 잔디다. 잔디는 그늘에서 죽으므로 주위에 그늘을 드리우는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또 습기를 싫어해 지형, 배수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잔디를 깎은 뒤 그대로 두면 그 그늘에 잔디가 죽어버리므로 베어낸 잔디와 낙엽은 깨끗하게 긁어내야 한다.
고사리, 나무딸기, 아카시 등은 번식력이 워낙 강해 첫해에 뿌리째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다음 해에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말:소방방재청·산림청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