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들 "교권 확립 시급"
지역 교육계는 이번 사건이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구 성당중 손태복 교장은 "교권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나. 교권회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권을 엄격하게 확립하고, 학교를 가르침의 신성한 장소로 만드는데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교장은 또 "학부모가 교장실에서 교사를 폭행하는 사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물론 교사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문제도 빈발하고, 학교에서 잘못해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사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교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사건은 교권 침해의 극단적인 사례다.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에 따르면 9년 전 단 12건이던 교권 침해 건수가 지난해 108건으로 9배나 늘었다. 교육계 전체의 자성을 통해 교권확립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교육계의 우려와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사건 발생 직후 대구시 교육청이 내놓은 '대구교육권리헌장'이나 학교 출입시 방문증을 끊는 등의 방안은 사실상 긴급 땜질처방 밖에 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대구시 교원단체 총연합회는 앞으로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해 법률지원단을 구성돼 단호하게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서상희 사무총장은 "지금까지는 교사 개인 차원에서 변호사 비용을 들여가며 소송에 임했으나, 이제는 대구시 교육청 차원에서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고 전문가들을 통해 법적 대응을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시지고 사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교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학생·학부모 믿고 의지하는 구조 필요
"20년 전만 해도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체벌을 주는 일이 훨씬 더 심했지만 학부모들의 항의나 반발, 이로 인한 고소·고발사태는 거의 없었습니다. 어려운 임용고사를 통과한 현재 교사들에 비해 비록 스펙(?)은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교사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이 평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모두에게 있었지요."
시지고 사태에 관해 취재하던 중 한 중학교 3학년 담당 교사가 기자에게 해준 말이다. 이 말은 교사·학생·학부모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교육의 주체인 이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교권이 확립되고, 학생들이 인성과 지식이 동시에 참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교사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내야 한다. 그 신뢰는 애정어린 가르침과 사랑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둘째, 올바른 학생은 교사도 변하게 할 수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불성실하게 가르치고, 조금 잘못한 것으로 폭력을 행사할 교사는 찾기 힘들 것이다. 셋째, 학부모는 먼저 자녀의 부족함과 잘못을 돌아보고, 전적으로 교사에게 맡기면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경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 정책국장은 "교사·학생·학부모가 최선의 상호관계와 이를 위해 지켜야 할 도리를 생각하면서 교권 확립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와 교원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교권 침해 대응 매뉴얼'을 제작·배포하고,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법'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정도의 대책으로는 시지고와 유사한 사태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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