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열심히 일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어 좋지요. 그러니 더 부지런하게 일해야지요."
구미시 무을면 상송리 연악산 자락 선돌들에 자리 잡은 칠성농장 주인 신칠성(53)씨는 '버섯 박사'로 통한다. 20년 넘는 세월을 부인 최향분(50)씨와 함께 4만여㎡(1만3천여 평)에서 생산하는 100t 정도의 표고버섯은 대구 버섯시장의 시세를 좌우할 정도다.
때문에 칠성농장의 '위력'은 적지 않다고 이들 부부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무을면 남영우 부면장은 전한다. 그 위력이란 다름 아닌 일자리 창출효과. 칠성농장이 해마다 쓰는 사람은 1천~1천500여명 정도. 인건비만도 연간 1억원이 넘는단다.
지난해 무을면 공공근로 정부예산이 6억원이고 올해는 3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칠성농장의 1억원 넘는 인건비 지출은 무을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규모라고 남 부면장은 덧붙인다.
김천 어모에서 태어난 신씨는 가난으로 학업 대신 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구미 무을 안곡에 들어와 남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힘겨운 삶을 시작했다. 1983년 부인과 결혼할 때까지 땅 한 평 없는 빈농이었던 신씨는 젊은 시절 어깨너머로 봐둔 표고버섯에 운명을 걸었다.
처음 660㎡(200평)의 땅을 빌려 버섯농사를 시작했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겪었던 역경으로 눈물마를 날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렇게 큰 농장이 됐지만 힘들 때가 너무 많아 집사람과 부둥켜안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라며 힘겨웠던 시절, 힘이 되어준 부인이 한없이 고맙단다.
가난으로 비록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타고난 부지런함이라는 자산이 있었다. 또 가난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절박함이 그를 잠시도 쉬지 못하도록 했다. 전국을 다니며 배우고 익힌 버섯재배 요령과 밤낮을 가리지 않은 노력으로 이제 그는 '버섯 박사'가 됐고 농민들 사이에서는 빈손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인물로 통한다.
그래서 그의 버섯재배에 대한 성공 경험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마다 줄잡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그는 싫어하지 않는다. 표고버섯 재배에 대해서만큼은 세세한 부분까지 숨기지 않고 경험을 나눠준다. 심지어 특허에 해당될만한 '비밀'사항까지도 들려준다. 자신의 과거가 어렵고 힘들었던 만큼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인과 함께 일궈낸 그의 노력과 성공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했다. 표고버섯으로 가난에서 벗어난 그는 어릴 적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쉬워 그때 받은 상금 500만원을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써달라며 고스란히 구미시장학재단에 내놓았다.
가난을 알기에 그는 이웃을 위한 따뜻한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을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면 그는 당연히 일정 부분을 부담한다. 하지만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무작정 도와달라며 손을 내밀 때도 많아 괴로울 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신씨는 무을에서 벌어지는 행사나 일에는 더욱 적극적이다. 한번은 무을에서 해마다 열리는 버섯축제 때의 일이다. 그해 버섯농사가 흉작이어서 자칫 '버섯 없는' 버섯축제가 될 뻔했다. 그때도 신씨가 버섯을 기꺼이 내놓아 위기를 넘기게 됐다고 남 부면장은 전하면서 "칠성농장과 신씨 부부는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기여 활동 등에 있어서 무을면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처럼 농업CEO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지역사회 봉사 및 사랑으로 구미시민대상과 무을면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신씨는 "무을의 자연환경이 제공해주는 이점 때문에 버섯재배가 잘 되고 있다"면서 "무을에서 받는 혜택을 일자리제공 등으로 무을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무을에 고마움을 돌렸다. 신씨의 구릿빛 얼굴이 그의 사람됨됨이 만큼이나 건강하게 보였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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