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넣었다 뺐다

재산이 많은 어떤 젊은 사람이 기도를 했다. 자기 재산도 지키고 영원한 생명도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다하겠다고. 그러나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라."라는 대답을 듣고는 이내 기도를 멈춰 버렸다. 그 부자 젊은이는 많은 재산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이것을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실 재물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유익한 것이다. 하지만 재물에 집착하여, 어렵고 힘든 이웃을 외면할 때가 문제다. 지금 사회는 온통 경제 제일주의에 사로잡혀 재물을 사람보다 더 고귀한 것으로 여기는 재물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한 개를 가지면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한 개를 더 뺏기 위해 안달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재물은 필요하다. 그러나 재물은 삶의 방편이며 수단일 뿐이다. 재물이 인간에게 참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만능은 결코 될 수 없다. 무소유(無所有)는 가진 것이 없는 것도 되지만 진정한 무소유는 가진 것을 비워 내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주전 엔트리에 넣었다 뺐다 하며 선수들을 자극한 게 좋은 효과를 냈다." "SK 타자들은 헛방망이를 돌리거나 타이밍을 뺏기며 야수 쪽으로 공을 치기에 바빴다."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이 골문 앞으로 번개같이 달려들면서 수비보다 한발 앞서 공을 뺏어 벼락 같은 슈팅을 날려 추격골을 만들었다." "올 시즌 롯데만 만나면 맥을 못 췄던 삼성은 이날 초반부터 불방망이로 롯데의 넋을 뺐다."

남의 것을 강제로 제 것으로 만들거나, 남의 일이나 시간 따위를 억지로 가로채거나 차지하는 '빼앗다'의 준말은 '뺏다'이다. '뺏어-뺏은-뺏니-뺏고'로 활용한다. 많은 것 가운데서 일부를 덜어 내다라는 뜻으로 '더하다'의 상대말인 '빼다'가 있다. '빼다'의 활용형인 '뺐다'를 '뺏다'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얼마만큼'의 준말은 '얼만큼'이 아닌 '얼마큼'이다. '도리어' '오히려'의 준말도 '되레' '외려'인 것도 기억해 두면 좋겠다. "슬금슬금 물러가던 마을 사람들은 얼마큼 가다간 도깨비에 또다시 홀릴 것 같은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마구 뛰면서 도망을 친다." "도와주려고 한 일이 되레 폐만 끼쳤다." "화면이 크면 클수록 외려 더 눈이 피곤해지는 법입니다."로 쓰인다.

뺏고 뺏기는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우리는 얼마큼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까. 아무런 투자도 없이 삶의 활력을 찾기는 힘들다. 아무런 투자 없이 가만있는데 삶의 에너지를 만날 수는 없는 일이다. 먼저 뛰어들고, 먼저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뺏기보다 지금 가진 것에 행복해하며 나누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세상은 각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훈훈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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