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바뀌었다
어디까지 여름이었고 어디서부터 가을이었을까
모르게 가고 모르게 오는 그늘
바뀌는 것들
애인의 마음처럼
느낌으로 알아지는 것
우리의 여름은 저만치에 있다
키스도
하늘도 더 멀어졌다
더운 숨을 거둬가듯, 안색이 바뀌듯
친한 얼굴들이 달라졌다
네가 멀리 있어 자꾸만 먼 곳을 보게 되는
아무리 밖을 쳐다보아도 보이지 않아 안을 보게 되는
있다가도 없는
없다가도 있는
숨겨놓고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다가
한꺼번에 다 보여주는
가을이 와서 가을이라고 쓴다
숨을 고르고,
추억이라고 읽는다
우선,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9월 들어 시나브로 햇살이 바뀐 것을 알아채는 것은 어쩌면 예사로운 일이겠지만, '그늘'의 기미까지 '느낌으로' 알아채기란 결코 범상한 일이 아니겠지요. 시인은 그런 미묘한 변화를 "애인의 마음처럼/ 느낌으로" 알아챕니다. 하늘이 더 멀어진 것은 눈으로 보는 일이니 쉬운 일이겠지만, '키스'의 온도가 변한 것을 알아채기란 '느낌'과 '낌새'의 문제이니, 더듬이처럼 예민한 감각이 요구되는 일이겠습니다. 입술이라면 그 민감(敏感)을 충분히 감당할 만했을 겁니다.
시인은 어느덧 멀어져 가 버린 애인의 모습을 "더운 숨을 거둬가듯, 안색이 바뀌듯" 친한 얼굴들이 달라져 '저만치에' 멀어졌다고 간접화법으로 묘사합니다. '먼 곳'을 보다가 이윽고 '안'을 보게 된다는 언술이 참 적실합니다. 그 허전함을 "숨겨놓고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다가/ 한꺼번에 다 보여주는" 가을에 빗대 절묘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맞닥뜨린 이별의 '텅 빔'이자 쓸쓸한 심정입니다. 이제 "가을이 와서/ 가을"이니, "숨을 고르고," 지난여름의 뜨거웠던 키스를 다만 '추억'하는 일만 남은 셈입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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