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어린이들, 문화·과학을 꿈꾸다]<1>영덕 병곡면 원황초교생 안동 나들이

왕건·견훤 전투 입체영화 보며 "와∼"

어린이들이 안동하회탈박물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어린이들이 안동하회탈박물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매일신문사는 창간 64주년을 기념해 경상북도와 함께 농어촌 어린이들을 초청해 지역의 과학인프라를 둘러보는 '사이언스 투어'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서는 경북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이 모두 8차례에 걸쳐 대구, 포항, 구미, 안동 등지의 첨단 과학연구시설을 찾아 과학문화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높이게 된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열악한 벽지 어린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1박 2일 체험을 동행한다.

이달 9일 오전, 영덕군 병곡면 원황초교 3·4·5·6학년 38명이 출발하는 1박 2일 매일신문 주최 '사이언스 투어'는 축제 분위기였다. 경북 오지학교로 통하는 원황초교 학생들에게는 4년 만에 이뤄진 첫 수행여행이었다.

학생 대부분의 가정이 어렵고 학교 재정도 넉넉지 않아 단체여행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 아이들은 들뜬 듯 출발 예정시간 30분 전에 모두 관광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출발하자 아이들은 '진실게임'과 '묵찌빠' 놀이를 하다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등 이내 흥겨운 여행에 푹 빠졌다.

일정은 안동민속박물관-안동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한국국학진흥원-경북산림과학박물관으로 이어졌다.

안동민속박물관에서 차전놀이와 안동의 유래에 대해 공부했고, 인근 야외벤치에서의 도시락 점심을 먹을 때는 휴식을 취하던 아저씨들이 자리를 양보하거나 돗자리를 깔아주는 등 훈훈한 인정도 체험했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에서 왕건과 견훤이 싸웠던 고창전투를 소재로 한 물과 바람이 나오고 의자가 진동하는 4D 입체영화를 보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또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유교문화관 관람 도중 뛰어다니는 몇몇 아이들이 주의를 받기도 했고, 틈새 시간에 인터넷 PC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4학년 신우철 군은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신난다"며 "부딪칠 것 같은 입체 영화와 신기한 공룡·동물모형 등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집을 나선 아이들의 '흥분'은 숙소인 안동예절학교에서도 계속됐다.

베개싸움과 수건돌리기, 힘겨루기 등을 하다 부딪치고 넘어지는 작은 부상자가 속출, 자정 때까지 교사들은 파스와 빨간약으로 치료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광진(25) 교사는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아프다'고 한다"며 "'아프다'고 하는 것은 선생님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마음의 표현"이라며 웃음지었다.

둘째 날은 안동하회마을을 방문했다. 하회탈박물관에서 아이들은 세계 각국의 독특한 모양의 탈들에 흥미를 나타냈고, 하회마을에서는 600여 년 된 기와집과 대형 그네, 뜀틀 등을 신기해했다.

아이들이 구경하면서 뛰어노는데 정신이 없어 흘린 모자나 소지품을 주워 챙기는 인솔 교사들의 모습도 재미난 여행의 한 단면이었다.

어느덧 1박 2일의 일정이 끝나 영덕으로 돌아오는 길, 5학년 박다웅 군은 "너무 재미있다.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모두들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성기응 교감은 "즐겁고 유익한 일정이었다"며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좋은 추억거리도 됐다"고 평가했다.

영덕·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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