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외서 주목받는 지역 두 작가

남춘모 VS 김동기

남춘모씨
남춘모씨
김동기씨
김동기씨

뉴욕, 런던, 베이징 등 소위 '미술의 메카'라 불리는 도시에는 수천, 수만 명의 작가들이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라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배출되는 미술대학 졸업생만 수천 명. 국내 경쟁도 힘든 상황에 한국 작가들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우환은 일본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세웠을 정도로 세계적인 현대 미술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그 밖에도 지역 출신의 이영배, 곽훈을 비롯해 이불, 서도호, 강익중 등이 국제적으로 활동하면서 인정받는 작가들이다. 이들 외에 대구 출신의 남춘모는 유럽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김동기는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의 문을 뚫는 데 성공했다. 해외 미술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들은 최근 해외 시장을 겨냥한 작품집을 잇따라 펴내며 활동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유럽 무대 진출 18년 남춘모

최근 화가 남춘모 10년의 작품세계를 정리한 작품집이 나왔다. 통상 두터운 컬러의 작품집에는 수천만원이 드는데 이번 작품집은 한국, 독일, 스위스 등의 갤러리들이 함께 출간했다. 앞으로 더욱 해외진출이 왕성해질 작가의 홍보를 위해서다.

그가 돌연 독일로 떠난 지 꼭 18년 만이다.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아봐주는 미술관 기획자를 만났고 독일에 간 지 1년 만에 개인전을 열게 됐다. 그것이 해외 미술시장 진출의 첫 출발이었다.

그는 현재 청도의 한 분교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작업에 몰두한다. 대구에서도 한 시간이나 떨어진 그곳에 서울은 물론이고 해외 갤러리스트들이 다녀갔다. 그는 작가를 산삼에 비유했다. "작가는 깊은 산중에서 정진하고 있는 산삼과도 같죠. 평생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심마니를 못 만날 수도 있어요. 아니, 못 만날 가능성이 훨씬 크죠."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치열한 미술 시장에서 그는 이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2004년부터 국내에서는 대구, 서울, 부산, 해외에서는 독일, 스위스, 프랑스 세 곳을 돌며 전시를 한다. 한 해 국내, 해외 두 차례 개인전을 하는 것. 독일의 부바탈 갤러리는 그에게 작업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홍보를 한다. 지난해 프랑스 이브 갤러리 초대전도 반응이 좋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입체 작품을 책으로 정리하면서 앞으로 작품의 변화에 대해 암시했다. "입체 작품을 시작하기 전 무수한 실험을 했고 그것만으로도 해야할 작업이 많아요. 미뤄놨던 숙제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치열하게 작업에만 몰두할 생각입니다."

◆중국 시장 러브콜 받은 김동기

2000년, 김동기는 작품 50여 점과 포트폴리오를 들고 서울 화랑거리를 전전했다. 문전박대를 당해도 상관없었다.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낯선 화랑의 문을 두드렸다. 대부분 지방 출신의 무명 작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처럼 그는 10년 전부터 철저한 계획 하에 자신의 행보를 준비해왔다.

오랜 두드림 덕분일까. 올해 드디어 중국 베이징의 문이 열렸다. 7, 8월 한 달 동안 중국 베이징의 아트사이드에서 대규모 초대전을 열고 200여 점을 선보였다. 이것이 계기가 돼 중국의 미술관에서도 전시를 제의했고 중국의 미술 기획사와도 접촉을 가졌다. 이번에 중국 시장에 자신을 좀 더 체계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영문으로 된 작품집을 만들었다. 그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작가는 아슬아슬한 벼랑 끝 경계에 서서 몸을 던지는 사람이죠. 저를 알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50살 이전에 서울로 진출하리라 결심하고 올해 파주 헤이리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지역을 떠났다. 5t 트럭 가득 빈 캔버스와 물감을 싣고 올라갔다. 작가의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대작을 그리기 위해 하루 두 시간 이상 운동을 하며 자기관리를 한다. 중국으로 무대를 옮기는 그의 출사표를 들어본다.

"중국 공항에 내려서 연개소문 도상을 사서 지니고 다녔어요. 중국을 떨게 했던 연개소문이 될 것입니다. 자본과 정치에 물든 중국 예술계에 예술의 순수성을 보여주고 싶어요."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운철'성일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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