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력 제고' 정책 시범고교, 탄력 받는 '교실혁명' 2題

변화를 위한 학교들의 몸부림이 거세다. 자율형 공립고인 대구고(사진 위)와 자율형 사립고인 대건고는 교과 교실제 운영,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 등을 시행, 새 교육과정에 맞춘 다양한 교실 혁명에 돌입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변화를 위한 학교들의 몸부림이 거세다. 자율형 공립고인 대구고(사진 위)와 자율형 사립고인 대건고는 교과 교실제 운영,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 등을 시행, 새 교육과정에 맞춘 다양한 교실 혁명에 돌입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학교 다양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학교 다양화라는 교육 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적응해나가는가에 따라 명문학교 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학교마다 대입 수능 위주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기존의 진학 성적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입학사정관제 강화, 수시모집 개선, 수능의 변별력 약화 등 2014학년도부터 대입제도가 크게 바뀌고, 당장 내년부터 2009개정교육과정 적용으로 학생의 진로·수준에 맞춘 교육이 보편화하기 시작하면서 '교실 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야심 찬 도약을 준비 중인 고교 2곳을 찾아가봤다. 공립고인 대구고(남구)와 사립고인 대건고(달서구)다. 이들은 바뀐 교육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공립고의 이유 있는 변신 - 대구고

대구고는 2, 3년 전만 하더라도 학부모들이 기피하던 학교였다. 긴 역사(1958년 개교)를 가진 대구의 대표 공립고 중 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낙후 학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현재 1~3학년 전체 36개 학급에 전교생은 겨우 1천100여 명. 선지망 지원율은 인근 고교 가운데 늘 바닥을 헤맸다. 심지어 언제부턴가는 퇴직 1, 2년을 앞둔 교장들이 연이어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대구고는 교장들이 퇴직 전 '쉬었다 가는 학교'라는 부끄러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의 변화나 교사들의 열의를 기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런 대구고가 최근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선진형 교과교실제' '고교 교육력 제고 운영학교'로 지정되더니 올해 초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되면서 3개의 큰 변화가 한목에 벌어지고 있다. 가시적인 변화는 교장부터. 현 이용도 대구고 교장은 임명제 교장이 아니라 초대 공모 교장(임기 4년·연임 가능)이다. 지역 교육지원청 장학사와 중등과장, 학교 교장을 두루 거친 그는 대구고 개혁에 대한 열의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이 교장은 "3가지 정책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대구고가 준비 중인 선진형 교과교실제는 대구고의 낡은 이미지를 벗게 할 혁신적 정책이다. 한마디로 20세기형 교육 패러다임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 교과교실제가 도입되면 학교에는 영어, 수학, 국어 등 교과마다 특성화된 전용교실이 등장한다. 전자 칠판이 등장하고 교무실이 사라진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다. 개인별 수업 시간표와 개인별 교육과정이 편성된다. 한 교사는 "예전에는 중간 수준에 맞추다 보니 하위권, 상위권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수업에 동참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구고는 오는 11월 수능 직후부터 공사에 들어가 내년 개학 전에 전 교실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고교 교육력 제고 학교가 되면서 기초·심화 과정 운영이 가능해진다. 특히 영어·수학 과목에서는 사교육 수준을 뛰어넘는 수월성 교육이 가능해진다. 이 교장은 "대학 강사들을 초빙해 우수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고 대학 학점을 미리 취득하는 AP제도 운영할 것"이라며 "이 모든 강좌가 무료"라고 했다.

자율형 공립고 지정은 대구고 변화의 화룡점정이다. 1·2학년 영어·수학 교과를 무학년 수준별로 수업할 수 있고, 교과 집중 이수 제도 운영으로 학생의 수업 부담이 줄어든다. 한마디로 대학입시에 유리한 탄력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 또 교사 총 인원의 50%를 초빙할 수 있고 매년 2억원씩 4년간 자율고 지원 예산을 받는다. 전교생의 20%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도 내년 착공 예정이다. 이 교장은 "기숙사 건축과 관련해 동창회에서도 3억원의 대응 투자를 약속했다"면서 "대구 전역에 대구고의 이런 변화상을 알리는 전단 5만 부를 배포하고, 다음달 중에 대규모 입학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 수성구 고교의 반란 - 대건고

대건고는 수능 중심의 입시 전략에서 탈피한 맞춤형 진학 지도와 진로 지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변화하는 대학입시제도에 한 발 빠른 대응을 하면서 달서구의 대표 고교 중 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두영 교장은 "현재 대건고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고교 교육력 제고 정책"이라며 "우수한 학생의 학습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기초 학력 부진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가 책임지고 지도하겠다는 게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대건고는 우수 강사를 활용한 영어, 수학 심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수학 심화는 2학년 중 자연이공 과정 수학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급 수학'을 개설했다. 강사는 카이스트 석·박사 학위자로 현재 대학에서 수업을 맡고 있는 실력파 강사다. 영어 심화 경우 1, 2학년 중 영어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청해'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뉴욕시립대 테솔 석사를 거쳐 대학에서 영어영문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강사가 투입된다.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학, 영어 기초반도 2학기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뒤처지는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다. 학교 측은 "2009 개정 교육 과정이 내년부터 적용되면 학습 결손 학생들을 위한 영어, 수학 과목의 기초와 우수 학생들을 위한 심화 과목의 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건고는 체계적인 논술 교육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대건고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연간 30시간의 '사설 대 사설' 시간을 통해 신문 사설을 비교해 읽고 핵심과 주장의 근거를 찾는 훈련을 한다. 2학년이 되면 인문반은 신문 칼럼을 집중 독해하는 '칼럼 바투 읽기'를 하고, 자연반은 '생활 속의 수학·과학'을 통해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훈련한다. 또 성적 우수 학생들은 2학년부터는 '놀토'를 활용해 연간 10회차의 인문·자연 논술 기출문제 풀이를 하고, 3학년이 되면 5회차의 실전 논술 수업을 한다.

대건고는 이외에도 자사고로 전환되는 2011년부터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의 4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들의 진로·진학을 1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도와줄 학업상담전문교사를 둘 계획이다. 이대희 교사는 "이제는 수능 우수자가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명확하게 탐색하고 관련 분야 지식·경험을 보유한 미래형 인재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대건고의 여러 정책들은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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