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행복한 독서, 즐거움에서 시작된다

독서는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책을 많이 읽을수록 어른들에게 듣는 칭찬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이러한 책 읽기가 어느 순간부터 억지로 해야 하는, '보이기 위한 일'로 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면서 더욱 깊어지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이른바 입시에 관련된 책 읽기로 더욱 좁아진다. 책에서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상상력과 그 나이에 걸 맞는 감수성은 제대로 갖추기 어렵게 된다.

요즘 어린이들은 초등학교에 가기 전 한글을 거의 깨치고 들어간다. 아마 5살 정도에서부터는 웬만한 한글을 읽는 수준까지 교육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때부터 부모들은 읽어주는 책읽기에서 스스로 읽는 책읽기가 더 대견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아이들 방에는 쌓이는 책의 양이 많아지고, 누구의 취향인지 모를 책들이 전집으로 진열되기도 한다. 때로는 학습만화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읽기 쉬운 말랑말랑한 책들이 가득 차기도 한다.

초등학교 이전 시기의 아이들은 감성이 풍부하고 들었던 말을 곧잘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현실보다는 자신이 떠올린 상상의 세계가 더 사실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웃게 만드는 엉뚱한 상상력과 행동들은 그러한 감수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상상력과 감수성을 자극해야 할 시기에 학습 만화로 포장된 여러 지식전달 수단들은 아이들의 다양한 상상력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답은 여러 가지 일 수 있고 다양한 생각들이 틀린 것이 아니다. 이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러한 과학만화나 학습만화는 생각할 새도 없이 결과를 보여주고 만다. 아는 지식의 양은 더욱 늘어가겠지만 자신이 생각해보고 받아들인 지식이 아니라 단순히 책에 있는 사실을 읽은 대로 열거할 뿐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거기서 멈추게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에 대한 단순한 암기나 다양한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는 시기는 초등학교 2학년 이상일 때나 가능해진다. 그 시기를 앞당긴다고 해서 결코 남들보다 빠르게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기에 알맞은 자극이 아이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해서는 될 리가 없다.

책에 대한 감성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즐거움에서 시작된다. 그 즐거움은 어린 시절 들려주시던 어머니의 목소리에서부터 출발한다. 듣는 감각이 발달하는 8살 이하의 시절에 청각적인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듣기 좋은 어머니 목소리로 전해 듣는 책에 대한 향수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리 잡고, 책에 대한 직접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렇게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은 책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보다 책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도록 만들기 충분하다. 초등학교 전반을 걸쳐 서로 읽어주는 습관은 평생을 책과 함께 보낼 힘을 키우는 일이다. 억지로 하는 재미없는 독서가 아니라 책 읽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행복한 독서는 평생을 행복하게 한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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