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원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밀려난 행정체제 개편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구의회 폐지에 합의했던 여야가 다시 이를 백지화했다. 국익보다는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효율적 행정체제 개편이란 시대적 과업을 저버린 것이다. 백지화를 예상은 했지만 어이가 없고 씁쓸하다. 민의에 등 돌린 이런 국회를 믿고 나라의 주요 정책 결정을 맡겨야 하는 우리 국민이 안쓰럽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는 서울과 6대 도시의 구의회를 2014년부터 폐지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4월 법안을 국회 법사위에 넘겼다. 서울과 대도시 지역 국회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전격 합의한 것이어서 이 법안의 처리가 주목됐었다. 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 처리를 위해 '4인 협상위원회'를 가동한 여야는 구의회 폐지 조항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4인 협상위는 정부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국회 보고 시한도 19대 국회가 출범하는 2012년 6월로 연기해 버렸다. 이는 18대 국회에선 구의회 폐지는 물론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본란은 구의회 폐지와 함께 기초 단체장과 기초의회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 구의회가 '지역 유지 간담회'로 전락하면서 행정 낭비 요인이 많은데다 정당공천제로 인해 기초 단체장과 기초의원이 지역 국회의원의 사조직이 돼 풀뿌리 민주주의의 자치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의회 폐지는 비효율 행정을 시정하는 시금석이었다. 그런데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제 수족을 자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폐해를 뻔히 알면서도 외면했다.

여론을 외면했으니 그 역풍을 맞을 준비도 물론 돼 있을 게다. 국민들은 국리민복보다 제 밥그릇과 수족 챙기기에 열심인 18대 국회를 차기 총선에서 준엄하게 심판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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