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영혁신? 전·현직간 다툼?…염색공단, 前임직원 등 고소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사장 정명필·이하 염색공단)이 13일 전직 이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및 당시 거래업체 관계자 등 16명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건을 놓고 지역경제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소 배경은= 정명필 이사장이 지난해 8월 선거에 당선되면서부터 이같은 사태가 이미 예견됐다고 한다. 정 이사장은 함 전 이사장이 17년 동안 장기 집권하면서 공도 많지만 폐해도 많다면서 경영혁신을 내세워 당선됐기 때문이다.

현 임원진들은 선거 당시 입주업체들에게 내걸었던 개혁을 위해서는 과거 집행부와의 '단절'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간 소문이 끊이지 않던 전 집행부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기 위해 비리 혐의를 수집했다.

이렇게 수집한 내용이 열병합발전소 원료로 사용하는 유연탄 운송관련 비리와 업무추진비 사용건이다. 염색공단은 고소에 앞서 함 전 이사장에게 현재 맡고 있는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이사장직을 사퇴하고, 업계 발전기금이나 장학금을 내고 조용히 물러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섬유업계 대표들과 원로들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함 전 이사장은 연구소 이사장직은 언제든 사퇴할 수 있지만 발전기금 등을 낼 경우 '잘못한 것이 많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며 벼텼다.

현 공단 집행부는 "함 전 이사장 등에 대한 고소는 전·현직 이사장간의 다툼 차원이 결코 아니다. 이미 이사회에서 입주업체를 위해서는 함 전 이사장의 횡령 문제 등을 철저하게 밝혀내고 가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 전 이사장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함 전 이사장은 "17년 동안 염색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염색공단 폐수방류사건으로 위기에 빠졌던 염색공단을 살려내고 열병합발전소 건립,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설립 등 수많은 업적을 쌓았음에도 공은 간데없고 일부 잘못이 있는 부분을 침소봉대해 자신을 매장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반발했다. 그는 "업무추진비의 경우 일부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계 발전을 위해 이를 묻어두고 가야지 모두 까발리려고 한다"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함 전 이사장의 비리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게 됐지만 일부 사안은 이미 올해초 한차례 수사를 받은 내용들이다.

대구참여연대와 경실련이 함 전 이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염색공단 전 간부인 김모씨가 지난해 9월 미국으로 도피하는 바람에 조사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김씨의 증언이 있어야 함 전 이사장과의 공모여부와 불법 조성한 돈의 사용처 등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사와는 별도로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염색공단에서 14일 입주업체 원로들로 구성된 자문회의가 열려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염색업계에서는 이번 검찰 고소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서는 "이 기회에 잘잘못을 철저히 밝혀내 공단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했고, 또다른 쪽에서는 "공도 많은 만큼 자체적으로 조용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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