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무용단(예술감독 박현옥)의 제58회 정기공연 작품 '시인 이상화(李相和)의 마돈나'는 공연문화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대구 공연계가 나아갈 방향을 시사하는 작품이다. '시인 이상화의 마돈나'는 이번 공연을 위해 약 2천3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그러나 실제 제작공연비는 무대제작비 3천만원, 의상비 2천만원, 음악제작비 및 시나리오비 등을 포함해 약 1억5천만원이 투입된 대형 작품이다. 이번에 2천300만원이라는 예산으로 이처럼 대형작품을 공연할 수 있는 것은 재공연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인 이상화의 마돈나'는 2008년 대구시 기초예술진흥공모사업 대형공모 무용부문(1억원)에 선정돼 공연된 바 있다. 그 해 '공연과 리뷰' 주최 'PAF 춤과 다매체상' 수상을 비롯해 '2010 아트 서미트 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페스티벌'(Art Summit International Indonesia Festival) 개막초청작 선정을 통해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기존 공연을 통해 무대 제작, 의상, 음악, 시나리오 등을 완성한 덕분에 이번 공연에서는 추가 의상, 인건비, 조명, 수정보완비, 진행비 등 최소한의 예산 투입만으로 공연이 가능한 셈이다.
사실 지금까지 대구의 대형 공연작품은 대부분 1회성 공연에 그친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오랜 기간 대구시가 예술진흥공모사업을 펼쳤음에도 이렇다 할 '대구 작품'이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시인 이상화의 마돈나'가 명실공히 대구의 대표 무용작품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더 많은 관객의 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큰 예산을 투입한 작품들이 일회성 공연에 그치고, 대형작품을 위해 제작한 의상, 무대, 대본, 음악 등이 사라지는 현실에 비춰볼 때 '시인 이상화의 마돈나' 재공연은 기대를 걸게 한다.
지난해 대구오페라 축제에 창작 오페라 '원이엄마'를 내놓았던 박창근 안동대 교수는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의 지속적인 공연과 수정 보완이 우리 문화예술을 키우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인기를 끌고 있는 수많은 오페라, 뮤지컬, 무용 작품들이 첫 공연 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수정보완을 거쳐 오늘날처럼 훌륭한 대작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무용 작품 '마돈나'의 재공연은 의미가 크다."
올해 7월 대구문화재단에서 열린 '문화예술지원제도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선정된 작품의 지속적인 지원'과 '평가를 통한 사후 추가지원' 등이 중요한 이슈가 됐던 이유 역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얻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과 공연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였다.
'시인 이상화의 마돈나'는 대구가 낳은 민족저항시인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를 모티브로 한 현대무용 작품이다. 한국 무용이나 발레와 달리 현대 무용은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같은 이해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박현옥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해설을 곁들여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박 감독은 "시인 이상화는 시 '나의 침실로'에서 비판, 절망, 허무의식을 '마돈나'라는 희망, 빛, 꿈을 통해 긍정하고 있다. 시인 이상화가 꿈과 저항 정신을 시적 언어로 표현했다면 이번 무용작품에서 공감각적인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며 "저항과 희망을 태극의 흐름과 춤의 신명에서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현옥 감독은 "3천만원의 제작비가 든 무대와 2천만원 이상의 제작비가 든 의상을 대구에 보관할 곳이 없어서 서울의 보관업체에 매달 20만원의 비용을 내며 보관해왔다"며 "공연예술작품의 원활한 재공연을 위해 무대, 의상 등을 보관할 시설이 빨리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에 무대작품 보관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대구시 문화산업과 관계자는 "대구문화창작교류센터 설립을 계기로 무대와 의상, 장비 등 보관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대구시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자리에 개관을 추진 중이던 창작교류센터 최종 부지가 KT&G자리로 최종 결론나면서 공간이 협소해지고 사업비가 축소(475억원에서 190억원으로)되는 바람에 보관시설 계획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박현옥 감독은 '시인 이상화의 마돈나'가 대구시 기초예술진흥공모사업 공모 당선작으로 선정돼 제작비를 지원받은 만큼 무대와 의상 등을 대구시립무용단에 기증해 큰 추가 비용 없이 지속적으로 공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석연휴 특집공연 '시인 이상화의 마돈나'는 24일 오후 7시 30분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전석 1만원이다. 80분. 053)606-6346, 6318.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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