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리프행어'처럼 오르려는데…인공암벽타기 나선 기자

전창훈 기자가 대구체육공원(대구스타디움공원) 인공암벽장에서 암벽타기 체험에 열중하고 있다.
전창훈 기자가 대구체육공원(대구스타디움공원) 인공암벽장에서 암벽타기 체험에 열중하고 있다.

아웃도어 제품 CF를 보면 출연자가 아슬아슬한 절벽의 바위를 잡고 오르는 모습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클라이밍은 보통 '산 좀 탄다'는 이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번거로움도 있다. 도심을 벗어나 멀리 움직여야 하고 사전에 여러 가지 안전 절차와 준비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클라이밍이 유행하면서 인공암벽장 등반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 성서클라이밍센터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인공암벽장 등반에 도전해봤다.

9일 대구체육공원(대구스타디움공원) 인공암벽장을 찾았다. 평소 암벽등반에 관심이 없다면 이곳에 암벽등반장이 있는지 잘 모른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암벽장은 자동차극장 뒤편 널찍한 공터에 마련돼 있다. 2007년 개장한 이곳 암벽장은 높이 17m로 국제대회를 열 수 있는 규격을 갖추고 있다. 특히 상단에 덮개가 설치돼 비나 눈이 와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조명시설을 갖추고 있어 5~9월에는 오후 10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암벽장 양끝의 코스가 아직 설치되지 않아 프레임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김영희(39·여·성서클라이밍센터장) 씨는 "대구시의 예산 부족으로 아직 완공이 안 돼 전문 클라이밍 선수들이 부산까지 가서 훈련하는 실정이다. 하루빨리 완성돼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이곳에서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암벽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각 코스별로 번호가 부여돼 있다. 이는 단순히 코스 번호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 난이도 수준을 알려준다. 모두 14번까지 있는데 1~5번은 초보자, 6~10번은 중급자, 11~14번은 고급자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11~14번은 오버행(수직인 90도보다 더 꺾인 절벽)도 있다. 초보자는 중급자 코스나 고급자 코스는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우선 암벽 등반을 위해서는 사전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손가락과 발 등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몸을 풀어주는 것은 필수. 특히 손가락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손가락을 충분히 돌려주었다. 그런 뒤 클라이밍 연습을 했다. 암벽장 한쪽 벽면에 마련된 연습 벽에는 갖가지 홀더가 박혀 있다. 여러 홀더를 잡으면서 손가락 감각을 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칭 10여 분, 홀더 잡기 연습 10여 분 정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격 시작에 앞서 안전 장비들을 챙겨야 한다. 안전벨트와 로프, 암벽화를 착용했다. 암벽화는 일반 신발과 달리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밑창이 마찰력이 강한 고무재질로 돼 있다. 야외 인공암벽장 등반의 경우 항상 2인 1조로 움직인다. 등반자 외에 1명은 지상에서 로프로 등반자를 지탱하면서 추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기자는 10여m 높이의 초보자 과정인 5번 코스를 선택했다. 클라이밍센터 회원들이 5번 코스에 로프를 미리 설치해 놓았지만 오르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평소 운동과 담을 쌓고 사는데다 몸무게도 만만찮아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첫 홀더를 잡고 오르자 팔에 몸무게의 묵직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왼쪽 홀더를 잡고 몸을 올리고 오른쪽 홀더를 다시 잡고 몸을 올리기를 몇 차례 하자 이내 이마와 등줄기에서 땀이 솟아나왔다. 그러다 홀더를 잘못 잡아 미끄러지고 말았다. 지상에서 로프를 지탱하고 있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순간 아찔했다. 로프에 의지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인데, 밑에서는 로프에서 손을 떼라고 계속 주문했다. 손으로 로프를 잡고 있으면 계속 빙글빙글 돈다는 것이다. 하지만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쉽사리 손을 로프에서 떼지 못했다.

재차 시도했다. 어렵사리 홀더를 잡은 상태에서 다시 왼팔·오른팔을 교대로 위쪽으로 뻗었다. 초반에는 팔들이 빠르게 뻗어지더니 금세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점점 팔을 올려 위쪽 홀더를 잡는 것이 힘들어졌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정상까지 몇 차례만 몸을 움직이면 될 것 같은데 숨이 가쁘고 정신까지 몽롱해졌다. 밑에서 "조금만, 조금만"이라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하지만 팔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홀더에서 손을 놓고 다시 한 번 로프에 몸을 의지했다. 팔 근육을 풀어준 뒤 남은 거리를 올라가기 위해서다. 잠시 뒤 다시 홀더를 잡고 젖 먹던 힘까지 팔과 몸에 힘을 실어 조금씩 올랐다. 정상에 이르자 직전까지의 괴로움이 싹 사라지고 상쾌함과 짜릿함이 밀려왔다. 평소 운동 좀 해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확 밀려들었다.

"암벽등반을 단순히 팔 힘으로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온몸을 다 쓰는 것이죠. 온몸을 쓰면서 등반하는데도 요령이 있어요. 헬스장 코치나 유도 선수들도 처음 암벽등반을 하면 요령이 없어 잘 못 올라요." 경력 4년의 배재영(49·여) 씨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녀는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30대가 부럽지 않을 만큼 젊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배 씨는 "클라이밍을 하니까 나잇살이 안 쪄 미혼일 때의 몸무게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어떤 회원은 클라이밍을 통해 고소공포증도 극복했다고 한다. 센터장 김 씨는 "근력과 근지구력이 몰라보게 좋아지면서 탄탄한 몸매로 만들어준다"며 "남성뿐 아니라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여성에게도 좋은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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