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권, 상조업 선수금 1조원 유치 경쟁

대구銀 등 예금상품 잇따라 출시…농협·신협 직접 시장 진출 검토

7조원 규모에 달하는 상조 시장을 두고 은행권이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조업에 대한 법적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상조 선수금을 유치하거나 상조시장에 진출하려는 은행권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 18일부터 할부거래법(상조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조업체는 최소 3억원 이상 자본금을 확보해야 하고, 상조업자는 고객들에게 받은 선수금 중 절반을 은행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 보험, 공제에 가입하는 등 피해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권은 1조원대로 추산되는 선수금 유치 경쟁이 한창이다. 대구은행은 16일부터 '상조안심통장'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예치 자금을 보다 철저히 관리하도록 한 점이 특징. 이 통장에 선수금을 예치한 상조업체의 회원들은 인터넷이나 영업점 방문을 통해 자신의 피해 보상 액수를 쉽게 열람할 수 있다. 또 예치된 자금은 압류되거나 상계되지 않도록 다른 금융 자산과 분리된다. 만일 이 통장에 가입한 상조업체가 부도나 폐업을 할 경우 통장에 예치된 자금은 대구은행이 예치 금액의 비율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앞서 우리은행은 13일부터 상조회사의 선수금을 예치하는 '우리상조세이프예금'을 선보일 예정이다. 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연 2.6%의 금리를 제공하며 예치한도는 제한이 없다. 신한은행과 부산은행도 이른 시일 내에 수시입출금상품과 예금상품을 결합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농협중앙회와 신용협동조합은 아예 상조업에 뛰어들 태세다. 농협은 이르면 올해 말까지 상조업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사업성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상조 시장의 정확한 규모와 성장성이 확실치 않고, 직접 운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걸림돌이다. 농협은 지역조합을 중심으로 장례 사업을 해온 경험이 있어 사업성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신력 있는 농협이 상조시장에 진출하면 장례물품 가격이 현실화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시장이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

신협도 상조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장태종 신협중앙회장은 최근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할부거래법 개정으로 지금처럼 제휴 형태로는 상조업을 할 수 없어 직접 상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협이 상조업을 하면 공신력이 확보되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조회사들의 선수금 예치를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은행은 상조업체의 선수금을 예치받아 관리하는 역할만 할 뿐 상조업체의 건전성 여부는 계약자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상조 가입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개하는 상조업체의 신용정보를 확인해 건실한 업체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가입 후에는 은행의 창구나 인터넷, 우편 등을 통해 상조업체에 납부한 선수금에 해당하는 법정 예치금이 정확하게 예치·적립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