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다웨이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미국의 카터는 북한에 가고, 북한의 김정일은 중국에 가고, 한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가고, 미국의 보즈워스는 한국에 왔다. 한차례 숨 가쁜 릴레이식 방문 외교가 펼쳐졌다. 목적은 분명하다. 천안함 폭침 이후 결빙되었던 동아시아 관계를 대화로 해빙하려는 시도였다. 결과는 흡족하게 산출되고 있는 듯하다. 우선 피해 당사자인 한국이 물 폭탄 맞은 가해자 북한을 긍휼히 대하고, 남북이산가족상봉 제도화 논의도 시작했다. 인접국 중국도 북한의 경제 지원을 강화한다 하고, 미국도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였다. 따라서 보이는 것만으로 평한다면 동북아는 말 그대로 평화 무드에 합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의 동서해안에서 한미 연합군의 대대적인 군사훈련이 진행되었다. 분기탱천한 한미 연합군의 기세에 중국과 북한은 겨우 명목적인 저항을 했을 뿐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4개국과 더불어 결성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동원해 평화사명 2010이라는 대대적인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훈련에서 중국은 젠-10을 비롯한 첨단 전투기종들을 투입,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훈련했다. 중국 본토에서 출격하여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을 폭격하고 귀환하는 훈련을 했다. 이 훈련의 실제적인 목표가 무엇이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싱꽝청이 엮은 『상하이협력기구발전보고 2009』(사회과학문헌출판사, 2009)를 보면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과 상하이협력기구의 관계는 운명처럼 악연으로 얽혀있다. 공교롭게도 상하이협력기구가 결성되던 해(2001년 6월) 미국 심장부에서 9'11테러가 터졌다. 상하이협력기구는 미국의 전략가 브레진스키가 말한, 미국을 위협하는 '이슬람을 포함한 중국과 러시아의 결합'이라는 조건도 만족시켰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기구가 구성 국가들 간의 경제 협력이 중심이 된다고 변명하지만 지켜볼 일이다. 배고플 때의 마음이 배를 채운 후에도 남아 있으리라는 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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