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실적 위한 무차별 불심검문…멍드는 인권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불쾌감을 느낀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경우 검문에 따른 불쾌지수는 한층 높아진다. 경찰이 연간 1억 2천만∼1억 5천만 건가량 신원 조회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 1인당 연간 3번 정도 신원 조회를 당하는 셈이다. 문제는 범죄 예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적을 쌓기 위한 신원 조회라는 점이다. 경찰이 실적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이 민주당 장세환 의원에게 제출한 '2005년도 이후 연도별 신원 조회 및 차량 조회 현황'에 따르면 휴대전화 조회기를 이용한 경찰의 수배자'수배 차량 조회 실적은 2007년 8천944만 건으로 2005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 2007년은 경찰이 성과주의를 본격 도입한 시기다. 특히 집회'시위가 봇물을 이룬 2008년 조회 실적이 정점을 기록했다.

경찰은 이렇게 신원 조회에 열을 올린 이유는 실적 때문이라고 한다. 경찰관 평가 항목에 따르면 신고 출동으로 범죄자를 검거했을 때보다 살인'강도'강간'절도 등 범죄자를 검문검색으로 붙잡았을 때 평가 점수가 3∼5점 더 높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 지도부가 성과주의를 강조하면서 경찰관들을 독려하는 만큼 국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자유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현재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해 불심검문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탈법적인 불심검문에 비난이 일자, 이를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다. 범죄 예방이 아니라 경찰의 편의와 실적을 위한 법 개정 추진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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