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 이민정

불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무엇인가가 많이 궁금한 표정이었다.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의 여주인공을 맡은 이민정(28)이 기자에게 보여준 첫 인상은 그러했다. 이번 영화로 생애 첫 상업영화의 타이틀 롤을 맡게 된 터라 그녀 스스로는 영화에 대한 반응이 어떨지 매우 궁금한 모양이었다.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다 재미있게 봤다, 연기 좋더라'라고 하셔서 더 모르겠어요. 너무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크잖아요. 그래서 기대 안 하려고 했는데…. 정말 좋았나요?"

생애 첫 상업영화의 타이틀 롤 맡아

이민정은 특유의 큰 눈을 '끔뻑끔뻑'하며 기자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진실만을 이야기해달라는 텔레파시 같았다. 사실 이번 영화가 범작이나 그보다 못했다면 그냥 얼버무렸겠지만, 실제로 '시라노'는 오랜만에 맛보는 괜찮은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였다. 찌질한 남자의 연애이야기라는 것에서 김현석 감독의 전작 '광식이 동생 광태'가 떠올랐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나 에피소드, 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할까. 아울러 배우들 간의 경쾌한 호흡과 맛깔스런 대사 역시 영화의 재미를 한껏 살렸다. 이에 기자는 영화의 좋았던 점을 주저리주저리 쏟아냈고, 그제서야 이민정은 '다행이다'란 표정을 지었다.

극중 이민정은 연애에 있어서는 완전 숙맥인 상용(최다니엘 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희중 역을 맡았다. 하지만 사랑에 서툰 상용은 그녀에게 직접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결국 연애 대행이라는 방법을 통해 사랑을 이루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회사의 대표가 희중의 옛 연인인 병훈(엄태웅 분)이다. 참 독특한 발상의 이 상황. 이민정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한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냈을 정도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럼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녀는 어떻게 했을까.

"우리 영화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의뢰는 안 할 것 같아요.(웃음) 진심이 통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죠. 사랑이란 것이 진심이 통해야 하는 거지, 조작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실 연애 대행을 의뢰하기는 했지만 상용도 희중을 사랑하는 진심이 분명 있었거든요."

그녀는 사랑에 대해 얘기하면서 '진심'이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하며 그 부분에 힘을 줬다. 이에 좀 더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정성들인 손글씨 선물이 좋나, 아니면 화려한 퍼포먼스의 이벤트가 좋나'라고. 역시나 그녀의 답은 '손글씨'였다. 진심이 좋다면서 말이다.

"정성이 담뿍 담긴 손글씨가 좋아요. 제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글에 감동을 많이 받는데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저를 위해 손수 글을 써 준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프러포즈도 시끌벅적하게 소란 피우면서 이벤트 동원해 하는 것보다 진심어린 글을 써서 줬으면 좋겠어요. 나이 얘기하기 좀 뭣하지만 스무 살 초반 때와 달리 후반에 접어들면서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웃음)

사랑에 관한 여러 명대사 등장

다른 멜로나 로맨틱 장르의 영화도 그렇지만 '시라노'에도 사랑과 관련한 여러 명대사들이 등장한다. 그 중 "사랑은 믿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믿는 것이다"란 부분에 많은 관객들

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정 역시 "나 역시도 그 대사에 많은 공감이 갔다"며 의자를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1년 남짓 '왜 헤어졌을까'를 고민했는데, 결국 답은 '사랑하지 않아서'였다"며 "그렇게 단순한 답을 놔두고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것인데, 사랑을 하다 이별하는 것은 분명 믿음이 부족했다라기보다 서로 사랑을 덜 해서라는 진리를 그때 알았다"고 털어놨다.

사랑 표현 서툴러 짝사랑 고수

이민정은 자신이 사랑 표현에 서툴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하지만 자신이 먼저 남자에게 프러포즈하는 것은 싫다고 했다. 보수적이거나 고지식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예뻐 보이지 않아서란다.

"주위를 둘러봐도 먼저 고백을 하는 여자가 드문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 어느 여성이건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설레고 예뻐 보이고 싶고 그럴 거예요. 뭘 입어야 하나 고민하다 한 시간이나 걸린 적이 있을 정도라니까요. 전 거기까지만 하려고요. 여자가 더 다가가는 것은 아직까지 안 예쁜 것 같아요.(웃음) 좀 다른 얘기지만 어르신들이 자기를 더 좋아해주는 남자와 만나라고 하시잖아요. 그래야 평생 행복하다고요. 어른들 얘기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는데, 저도 제게 잘해 주는 저만을 사랑해주는 사람 만나려고요."

편안하고 유머러스한 남자 '이상형'

이런 저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결국 이민정이 보는 사랑은 이런 것이다란 맥이 잡혀갔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럼 이상형은 누구예요?"

"편안한 남자요. 서로 힘이 되어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야말로 제일인 것 같아요. 또 말이 잘 통하고 말로 잘 풀 수 있는 사이가 좋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유머러스해야겠죠? 예를 들어, 제가 재미있게 문자 보내면 상대방은 더 재미있게 답해주는 식으로 말이죠. 남한테는 과묵하다가도 저와 있을 때는 시끌벅적하리 만큼 수다스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꽃보다 남자' 이민호와 키스신 가장 기억에 남아

이번 영화에서 이민정은 두 남자와 키스를 한다. 옛 연인 병훈과 또 새로운 연인 상용과 달콤한 입맞춤을 벌인다. 그런데 가만히 그녀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유난히 키스 장면이 많다. 최근작 SBS 주말극 '그대, 웃어요'에서 정경호를 비롯해 KBS 2TV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의 이상우, 가수 디셈버의 뮤직비디오에서 김승우, 역시 가수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뮤직비디오에서 환희 브라이언과 키스신을 찍었다.

어찌 보면 그녀가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에 키스 장면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그녀는 "공교롭게 멜로 영화를 많이 찍어서 그런 것 같다"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 그녀가 꼽는 가장 인상적인 키스신은 무엇이었을까.

"키스신이 유독 많긴 많았어요. 글쎄요.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우선 이번 영화 '시라노'에서 엄태웅 씨와의 키스신은 좀 놀랐는데요. 엄태웅 씨가 영화 속에서 여배우와 키스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많았는데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키스신이라면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이민호 씨와 한 키스신일 것 같아요. 정말 키스도 아니고 입술만 살짝 닿는 뽀뽀 정도였는데, 난리가 났었죠. 그날 촬영장에서 팬들이 몰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결국 스포일러가 됐는데요. 이민호 씨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무서워서 기억에 남아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