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붉은 남작' 리히트호펜

'에이스'는 프랑스에서 축구나 사이클 최우수선수에게 붙였던 호칭이었다. 비행기의 발달로 공중전이 시작된 1차 대전 때부터 적기 10대 이상을 격추한 조종사에게도 이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1차 대전 최고의 에이스는 1916년 오늘 프랑스 상공에서 첫 격추를 기록한 이후 무려 80기(4기는 비공인)를 격추한 독일 공군의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 남작(1892~1918)이다.

기병대로 군생활을 시작했으나 기관총의 등장으로 기병대가 쓸모없게 됐음을 깨닫고 전투조종사로 방향을 돌렸다. 주로 붉은색 포커 삼엽기(三葉機)를 몰았기 때문에 '붉은 남작' '붉은 악마'로 불렸다. 꽤나 신사적이어서 추락하는 적기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피격되고도 목숨을 건진 연합국 조종사가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1918년 4월 21일 영국기를 쫓아 적진 깊숙이 들어갔다가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를 뒤에서 추격한 영국군 로이 브라운 대위의 기총소사에 맞았다는 설도 있고 지상의 대공사격에 당했다는 주장도 있다. 훌륭한 매너와 뛰어난 조종술로 적군에게도 존경을 받았던 그는 영국군의 추도 속에 프랑스 베르탕글이라는 작은 마을에 안장됐다가 1925년 유해가 독일로 돌아왔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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