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니시진직물회관 오츠기 유즈루 관장

"3대가 물려입는 옷…기모노는 영원한 日 문화상품"

취재진은 교토 니시진(西陣)직물회관에서 참으로 열성적인 여성을 만났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녀는 오후 한나절 동안 취재진을 끌고(?)다녔다. 회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 곳이라도 더 보여주려 했고, 하고 싶은 얘기는 끝이 없는 듯했다. 더운 날씨로 인해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그녀의 성의에 감동해 묵묵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기모노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오츠키 유즈루(48) 니시진직물회관 관장은 완벽한 기모노 전도사였다. 하루종일 기모노를 입고 있으면서도 기모노에 대해 설명할 때면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기모노를 빼고 나면 일본 문화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기모노는 후세에도 길이 자랑할 만한 대표적인 문화상품이지요."

그녀는 "할머니, 어머니가 결혼식 때 입던 것을 딸이 물려받는 식으로 3대에 걸쳐 입는 옷"이라며 "소매가 짧아지면 실을 풀어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의 연(緣)이 계속 이어지고 추억을 남긴다"고 했다.

"비싸고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 입기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현대인의 생활양식과 맞지 않다고 얘기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죠. 장인들이 한 올 한 올 공들인 정성 자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그녀는 "현재 기모노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싸고 입기 편한 개량 기모노가 인기를 끌고 있고, 셔츠, 가방, 머플러 같은 응용 상품이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 교토의 전통기술을 보존하고 가꾸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회관에 대해서 "교토 전통직물산업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전통 기술을 보존하기 위한 곳"이라며 "한 해 70만 명이 찾아오는데 그 중 70% 정도가 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기모노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그녀는 기모노 산업이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론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인들이 전통과 정신을 버릴 수 없는 만큼 기모노 산업은 계속 유지 발전할 겁니다."

박병선기자

■니시진(西陣)직물협동조합=교토 지역에서 전통 섬유산업과 관련된 회사들의 조합이다. 약 600개의 소규모 회사(상당수 가내수공업)들이 가입돼 있고 직·간접인 종사자 수는 2만 명을 헤아린다. 섬유직기는 5천400여 대를 갖고 있으며 1년 매출액은 545억엔(2008년 기준·한화로 7천414억원)이다. 니시진이라는 이름은 장인들이 15세기 말 '오닌의 난'이 끝난 후 반란군의 본진(本陣) 터인 교토 서(西)쪽에 모여 조합을 결성한 데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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