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이야기] 마라톤선수의 식이요법

마라톤선수의 식이요법은 마라톤을 완주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충분히 저장하면서 에너지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섭취하는 것이다. 마라톤경기에서 35㎞ 전후 지점은 가장 힘든 구간으로 간주되는데, 심리적으로 어려운 지점인데다 체내 저장된 에너지원이 거의 고갈되기 시작하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이 지점은 2시간 10분대 기록 돌파의 걸림돌이 되는 곳으로 여겨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는 식이요법이다. 마라톤선수들이 자신의 최대 산소섭취량을 기준으로 약 75% 이상의 운동 강도로 달릴 수 있는 최대 지속시간은 운동 전에 미리 근육 내에 저장해 둔 글리코겐 저장량과 비례한다. 완주에 필요한 근육 내 글리코겐의 저장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널리 이용되는 글리코겐 로딩(glycogen loading)의 식이요법은 1960년대 중반부터 실시됐다. 초창기에 주로 실시한 식이요법은 대부분 경기 전 7, 8일을 기준으로 1차적으로 전반부 3~5일은 운동량을 증가시키면서 식사내용 중 탄수화물 함유량을 감소시켜 근육 내 글리코겐의 저장량을 완전히 고갈시킨다. 2차적으로 나머지 2, 3일 동안 운동량을 감소시키고 고탄수화물의 식사를 섭취해 그 저장량을 거의 2배로 증가시키는 방법을 주로 이용하였다. 이때 탄수화물 함유량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지나친 체중감소를 방지하는 세부적이고 계획적인 프로그램이 세워져야 한다. 국내 마라톤선수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35㎞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기록단축을 이뤘는데, 이러한 식이요법은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선수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전체적인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고통을 적게 줄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계속해서 모색되고 있다.

경기 전 3일까지의 고강도훈련과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대신 훈련강도는 감소시키되 탄수화물이 55% 수준으로 함유된 보통의 혼합 식사를 한 후 경기 전 2, 3일 동안 고탄수화물 식사와 더불어 가벼운 운동부하로 훈련을 실시하는 방법도 근육 내 글리코겐 저장량을 거의 동일하게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전날 섭취하는 고탄수화물 식사는 지구성 운동능력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간 글리코겐 저장량을 증가시키는데도 도움을 준다. 간의 글리코겐은 근육에 비해 쉽게 고갈되고 재보충된다. 완전히 지치는 수준으로 운동을 하고 나면 간과 근육의 글리코겐이 거의 고갈되는데, 이를 재보충하기 위해 고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경우 근육은 며칠 걸리지만 간은 몇 시간 내에 재보충시킬 수 있다. 이것은 피로회복 과정에서도 식사내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시간의 운동 지속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영양학적 접근방안으로는 에너지 대사과정의 관점에서 지질대사의 동원능력을 활성화시켜 글리코겐 저장량을 아껴두는 방법, 체내의 아미노산 부족을 방지하여 중추성 피로를 방지하는 식이요법 등과 같은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마라톤선수들은 식이요법에서도 매우 치밀한 과학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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