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들 참 알이 굵네." "어서 오이소, 잘 익은 사과, 배가 시중보다 쌉니다."
16일 오전 200여㎡ 넓이의 농협대구지역본부(대구시 수성구 중동) 주차장. 농협대구본부가 추석을 맞아 소비자와 농축산물 생산자 모두를 위해 마련한 직거래 행사 '내고향 큰장터'가 열렸다. 이곳은 일찌감치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로 붐볐다.
특히 과일과 채소를 파는 부스마다 인파가 크게 몰려 신바람이 났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과일·채소가격 탓에 시중가보다 20% 정도 싼 상품을 살 수 있는 이곳이 큰 인기를 끈 것. 주부들은 양손 가득 제수를 챙기느라 분주했고 북적이는 인파만큼 상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사과 판매 부스를 연 임정열(58·여·영천시 청통면) 씨는 "우리 사과는 450m 고지에서 키워 속이 단단하고 달아 인기가 많다"며 "덤으로 3, 4개씩 더 챙겨드리니 손님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웃었다.
주부 이성자(67·대구시 수성구 중동) 씨는 "사과 5㎏에 5만원을 부르는 곳이 수두룩하던데 여기선 4만원이 채 안돼 반갑다"며 "차례상에 올릴 것과 선물용까지 한꺼번에 구입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동식 정육점 형태로 꾸며진 트럭에서 파는 고기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곳 판매원은 "탕거리인 한우 1등급 양지 부위 1㎏을 다른 곳보다 1만원 이상 싼 3만6천원에 파는데 가져다 놓기가 바쁘게 나간다"며 "손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점심을 챙겨먹을 시간도 없다"고 했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직거래 장터가 인기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을 중간 마진 없이 사고 팔아 소비자뿐 아니라 농민들까지 반기고 있다.
17일 농협 경북지역본부(대구시 북구 대현동)의 직거래 장터에서도 추석 대목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주부 김용순(56·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씨는 "이번 주말 서울서 내려 오는 아들이 미나리에 양파를 송송 썰어 양념과 함께 무쳐주면 잘 먹어 듬뿍 샀다"고 했다.
가창 정대 미나리와 대추를 파는 농민 조현관(54) 씨는 "다른 곳에선 1만원을 줘야 하지만 여기선 미나리 1㎏이 6천원"이라며 "오전에만 150㎏을 팔았다. 미나리를 다시 실어오느라 두 번이나 집에 다녀왔지만 장사가 잘 되니 피곤한 줄 모르겠다"고 했다.
농협대구본부가 정리한 이날 직거래 장터 수입은 4천500여만원. 평소 직거래 장터에 비해 배 이상을 기록했다. 10여 개 부스를 인도에 차린 농협경북본부 직거래 장터에서도 이날 하루 모두 2천500여만원어치가 팔렸다.
농협대구지역본부 경제지도과 이현규 과장은 "믿고 살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이 대기업 계열 대형슈퍼마켓보다 20% 정도 싸기 때문에 손님들이 몰리고 있다"며 "이번 장터로 시민들이나 농민들 모두 즐거운 추석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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