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EU FTA 잠정발효…車부품·섬유 수출 확대 '혜택'

고관세 철폐로 양돈·과수농엔 타격…내년 7월부터 잠정발효

유럽연합(EU)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정식서명 및 내년 7월 1일 잠정 발효 개시가 승인됐음을 공식 확인했다. EU 이사회 순번의장국인 벨기에의 스테픈 파나케레 외무장관은 16일 특별이사회 뒤 "27개 회원국이 한-EU FTA를 승인했으며 정식서명은 내달 6일 브뤼셀에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EU FTA는 대구경북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U는 GDP 규모가 18조4천억달러로서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며,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위 교역 상대이다. 이뿐만 아니라 평균 관세율이 5.2%로 미국의 3.5%보다 높다.

대구경북의 대 EU 교역규모(2009년 기준)는 수출은 대구가 5억4천700만달러, 경북은 55억3천700만달러였다. 수입은 대구가 2억5천900만달러, 경북은 12억1천400만달러로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자동차·영상기기·섬유 수출 확대 전망

대구경북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10%), TV 등 영상기기 및 가전제품(14%), 섬유(최고 12∼17%) 등의 관세율이 높기 때문에 FTA가 발효되면 EU 수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수입관세의 철폐로 각종 기계·설비, 부품 등의 도입 단가가 하락함으로써 원가절감의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FTA 협정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자동차 분야다. 현재 10%의 관세를 물고 있는 자동차는 5년 뒤부터 모든 관세가 없어지게 돼 한국 중소형 차의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부품업계 관계자는 "한-EU FTA 협정 발효시 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지역 부품회사들도 EU의 완성차 생산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납품할 기회가 늘어나고, 한국 완성차를 통한 간접수출도 증가해 자동차 부품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세가 14%나 되는 TV와 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제품도 앞으로는 유럽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미의 가전제품 업체들은 특히 장기적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프리미엄 제품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관세율이 12∼17%인 섬유의 경우, 주요 경쟁국인 중국, 터키, 인도 등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여 화섬소재와 화섬의류 등의 수출확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철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EU 내 선진국뿐 아니라 동유럽 시장 접근 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섬유 수출시장 다변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산물·정밀기계·고급의류는 타격

농축산물이나 의약품, 고급 의류 등의 수입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25% 수준의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되는 돼지고기는 수입물량이 점차 늘어나 양돈농가의 피해가 예상된다. 경북에서는 한-EU FTA 협정으로 돼지고기 102억원, 낙농유제품 100억원, 포도 117억원, 사과 68억원, 복숭아 56억원 등의 생산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밀기계 분야는 유럽이 고급 기계 원천기술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그동안 많은 양을 수입해 왔기 때문에 불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와인도 현재 15%인 관세가 없어지게 돼 국내 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이춘근 대구경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섬유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기능성 섬유, 기능성 스포츠 의류 등 성장 유망분야 육성과 생산기반 강화, 전략적 R&D 투자확대 등이 필요하다. 기계 및 부품산업은 원천기술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 생산설비 및 설계기술 적극 개발, EU와의 분업구조화 확대 및 부품산업의 구조고도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석희 경북전략산업기획단장은 "EU는 경북지역 수출의 17.8%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제조업 분야의 수출증대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농산물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지역 성장의 중요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FTA 전략품목의 현지 마케팅과 신규 진출채널 조기 확보, 부품소재·첨단기술분야 등 전략산업 투자유치 모색, 한-EU 기업 간 협력 확대, 전문가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FTA 관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출기업들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재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한-EU FTA를 활용해 무관세 혹은 저관세로 EU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수출품이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FTA 원산지 인증 수출자'로 인정을 받아 놓아야 한다"며 "EU 측은 한-EU FTA가 발효되었을 때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EU에 수출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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