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추석 풍습은 추석 1, 2주 전에 벌초를 하고, 추석 전날쯤 가족이 모여 차례 준비와 송편 빚기, 추석 당일 큰집에 모여서 차례를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추석연휴 기간을 이용해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올해는 마음먹기에 따라 최대 9일까지 추석 연휴를 즐길 수 있어 국내외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원 정순기(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따로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않았던 그의 가족은 올해 추석 때 처가가 있는 충남 천안을 방문하는 길에 근처 리조트에서 3일을 묵으며 워터파크 이용, 노래자랑 대회에 참가하는 등 휴가를 즐길 예정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1박 2일로 서해안 일대를 두루 돌아본다는 계획이다. 이미 방문하고 싶은 관광지와 절 등에 대한 정보도 확인해 두었다. 정 씨의 경우는 예년보다 추석이 이르고 추석연휴가 길다는 점에서 착안한 여행이지만 추석연휴 때 여행을 떠나겠다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추석연휴를 전후한 18∼26일 국제선 항공권 예약률이 지역에 따라 10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의 이 기간 예약률은 9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연휴 전후 기간(9월 29일∼10월 7일)의 예약률 8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동남아 노선은 97%의 예약률을 보여 곧 1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해공항발 대한항공의 일본노선 예약률은 94%, 동남아와 중국도 각각 91%, 81%를 기록하고 있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장거리 여행의 인기가 특히 높아 호주 등 대양주와 유럽 노선은 18∼26일 예약률 99%를 기록했으며 미주 노선도 전년(68%)보다 높은 81%의 예약률을 보였다. 아시아나 항공 주요 국제선 예약률 역시 평균 90%를 넘어섰다. 유럽·대양주·일본 노선은 90%가 넘는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미주 노선은 80%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노선은 전편이 95%가 넘는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저가 항공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진 에어는 괌과 방콕 등 국제노선이 각각 97%, 109%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 예약센터에 따르면 "올해 추석에는 앞뒤로 휴가를 내고 9일까지 쉴 수 있어 다소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전통적으로 명절 강세상품이었던 중국, 동남아, 일본 여행 상품보다 유럽과 지중해, 터키, 이집트 등 장기 여행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올해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석연휴와 미뤄뒀던 여름휴가를 모두 붙여 최장 20일까지 휴가를 가는 이들도 늘어서 중남미, 티베트, 실크로드, 인도 네팔 등 장기 여행지 상품도 여름철 성수기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한편 멀리 해외로 떠나는 대신 집에서 가까운 호텔이나 리조트, 휴양지에 머물면서 마사지와 건강식품 등 웰빙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다. 경주와 부산지역 호텔 등에 따르면 가족단위 패키지 상품 예약률이 예년에 비해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정남(대구시 북구 침산동) 씨는 "추석이나 설 때면 으레 친척 집을 방문하거나 고향에서 머물던 풍습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오붓하게 휴가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명절 때가 아니면 친척들 얼굴보기도 힘든 요즘에 연휴가 길다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버리려는 모습은 다소 아쉽다"고 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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