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개화기 냉해와 잦은 비, 태풍의 영향으로 올해 '차례상 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많이 올라 추석 차례상을 알뜰하게 차려야 될 형편이다.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보다 약 16~17%(전통시장 기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사)한국 물가협회가 13일 전통시장의 과일과 견과류, 나물 등 추석 제수용품 28개 품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으로 19만4천원 정도일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할 때 약 16% 상승한 것이며, 불과 보름 전의 17만9천200원보다 무려 8.5% 상승한 것으로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차례상 햇과일 품귀. 다른 품목도 출하량 줄고 수요 늘어
봄철 냉해와 태풍, 잦은 비 등 기상불안으로 올해 추석 차례상에는 햇과일을 올리지 못하거나 덜 익은 풋과일을 올리는 곳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석 전 햇배 출하량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보여 1년 동안 저장했던 배를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전국의 과일 생육현황을 조사하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금년은 3, 4월 이상저온 현상으로 과일나무의 싹트는 시기가 평년보다 8일 정도 늦어졌다. 게다가 5월 초까지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개화 시기도 평년보다는 1주일 정도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 물가를 살펴보면 품목별로 과일과 나물 가격이 크게 올랐고 쇠고기나 돼지고기값은 소폭 오른 반면 닭고기는 보합세, 계란값은 상승세를 보였다. 고사리, 도라지, 숙주, 시금치, 호박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50% 가까이 올랐다. 특히 애호박 한 개의 가격은 전국평균 1천780원으로 지난 해 910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사과 역시 출하작업이 부진한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선물용 및 제수용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대구·광주·대전에서 햇사과 한 개당 0.5~18.2% 오른 1천700~1천99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금치는 대구의 경우 지난해보다 20.9% 큰 폭의 오름세를 보여 400g 한 단당 4천33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파와 토마토 역시 산지 출하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오름세를 나타냈다.
밤(1㎏)·대추(360g)·곶감(5개) 등 견과류 비용은 1만4천650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3.2%가량 올랐다. 반면 수산물류(조기 1마리·북어 1마리·동태포 1㎏)를 장만하는 비용은 1만7찬590원으로 0.6% 줄었다.
◇차례상 간소하게 차려야
제사나 명절 때 지내는 차례는 검소하게 지내는 것이 전통이다. 큰어른을 모시는 불천위 제사야 제관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나눠 먹어야 할 음식도 많이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제사나 차례상의 경우에는 그날 참석한 사람들이 조금씩 먹을 정도만 하면 된다. 음식이 남아서 며칠씩 두고 먹거나, 버려야 할 정도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재운 대구향교국장은 "옛날에는 음식이 귀했고, 제사나 차례 때면 대소가는 물론이고 온 이웃이 나눠 먹는다는 생각에 음식을 많이 준비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웃에 나눠 주는 문화도 사라졌고, 제사나 차례에 참여하는 인원도 줄었다. 그러니 음식도 간소하게 마련하면 된다"고 했다.
전 국장은 "차례상에 흔히 28가지 음식을 모두 올릴 필요도 없다.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감)와 포, 쇠고기, 닭고기, 탕은 꼭 갖추고 나머지는 굳이 얹지 않아도 괜찮다"며 추석 물가가 턱없이 비싼 요즘 굳이 부담을 느끼며 차례상을 준비하지 않아도 예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제사나 차례에는 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가족과 친척들이 화합해서 정성껏 조상을 모시는 것이 나를 낳아준 조상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전통시장이 훨씬 싸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14일 전국의 10개 전통시장, 24개 대형유통업체, 온라인쇼핑몰, 4개 직거래장터를 대상으로 상차림 비용을 비교한 결과 전통시장을 통한 차례상 비용은 20만1천원으로 대형유통업체(26만9천원)보다 25% 정도 저렴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전통시장을 통한 상차림 비용은 지난해 실질 상차림 비용(17만2천원)보다 17.3%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역시 작년(24만1천원)보다 11.9%가 상승했다. 특히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추석 성수용품보다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격 면에서 훨씬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온라인쇼핑몰을 통한 차례상 비용은 26만1천원 선이었으며 직거래장터는 구비되지 않은 3개 품목(다식·강정·조기)을 제외하면 21만9천원 선으로 나타났다. 유통공사 관계자는 "차례상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품목이 전통시장에서 가장 저렴했다"면서 "다만 두부와 시금치는 온라인쇼핑몰이, 동태와 무는 직거래장터가, 배추는 대형마트가 가장 쌌다"고 설명했다. 농산물유통정보 홈페이지(www.kamis.co.kr)에서 추석 성수품 가격 변화에 관한 최신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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