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의 유화적 제스처, 무엇 때문인가

북한 사정이 심상찮다. 44년 만에 열릴 예정이던 당대표자회의는 언제 열릴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권력 후계 준비 작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대는 이도 있고 수해로 인한 흉흉한 민심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때문이라는 이도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왜 당대표자회의를 연기하고 있는지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어렵다. 북의 상황이 비정상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북의 이상 징후는 최근 일련의 유화 국면에서도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는 당국 간 대화는 일절 하지 않겠다고 호언하던 북한이 느닷없이 군사실무회담을 열자고 손을 내밀었다. 며칠 전에는 북한 적십자회가 우리 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는 별도로 각종 채널을 통한 지원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천안함 폭침을 지휘한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을 경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천안함 사건 책임자 처벌은 우리 당국이 북에 요구한 사항이다.

북한은 지금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은 적신호가 울린데다 아들 김정은으로의 후계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수해 피해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경제 제재 또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외의 대남 대결 국면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는 상황도 예측된다.

남북 관계의 대화 국면 전환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결에서 대화로의 전환에는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 체제 문제를 비롯한 단기적 위급 상황을 풀기 위한 임기응변식 전술적 방안의 일환이라면 이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당연히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는 대북 정책이 요구된다. 어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북이 전쟁 비축미 100만t을 보유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대북 지원을 경계했다.

북의 이상 징후와 자세 변화는 우리에게 철저한 준비를 요구한다. 북의 자세 전환을 무작정 받아들이거나 이상 징후에 장단을 맞추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남북 관계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실적에 급급, 일희일비식으로 대응하는 대신 대화와 개혁 개방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당당하고 확고한 원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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