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뻔뻔한 국회의원

'개인은 누구든지 연간 500만 원까지 후원이 가능합니다. 1회 10만 원, 연간 120만 원 이내는 익명으로 후원 가능합니다. 연간 납부한 소득세액이 10만 원 이상일 경우, 기부액의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되어 환급받을 수 있으며….'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그런데 즐거운 추석을 앞두고 금융기관의 계좌번호에다 친절한(?) 정치 후원금 안내 문구를 곁들여 가정에 배달된 국회의원의 의정 보고서를 보면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요즘 국회, 국회의원들이 하는 작태는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유권자)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평생 월 120만 원을 연금 형태로 지원하도록 하는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 개정안 처리도 그 중 하나다.

또 3월에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켜 5급 비서관을 1명 더 둘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엔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임용 등에 관한 법규 일부 개정 규칙안'도 처리해 교섭단체 연구위원을 4명 더 늘리도록 했다. 역시 지난해 말,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국회의원의 의정 지원 사업비를 7%(37억 원)나 올렸다. 이 돈은 국회의원의 국내외 출장비 등으로 쓰이는 소위 '쌈짓돈'으로 불린다고 한다. 여기에 의원 세비도 슬그머니 올리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뿐 아니다. 국회는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정당이 이익을 남기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냈다. 6'2지방선거 비용을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경비를 빼고 국고보조금 등을 통해 모두 155억 원, 민주당은 101억 원의 '짭짤한' 수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원들은 '영양가 없는' 법안은 외면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의 처리가 좋은 사례. 지난 4월 여야는 '구(區)의회 폐지'를 합의했다. 하지만 이달 '구의회 폐지'는 없던 것으로 했다. 이를 없애면 '공천 재미'와 같은 크고 작은 '좋은 것들'이 없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바닷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은 더하다. 선거에 나섰을 때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겠다던 초심(初心)의 자리를 바닷물로 갈증을 해소하려는 어리석은 탐욕(貪慾)이 대신한 것 같다. 세 사람이 가면 반드시 스승 될 만한 사람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고 했다. 그런데 299명이 가는 국회에는 스승이 있는가.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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