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주교는 전통 문화를 존중합니다"

전국 1천500개 성당 추석 합동 위령미사

▲천주교의 명절미사는 가톨릭의 전례와 한국의 전통 제례가 융합된 것이다.
▲천주교의 명절미사는 가톨릭의 전례와 한국의 전통 제례가 융합된 것이다.

"천주교는 우리의 전통 문화를 존중합니다."

한국 천주교는 22일 추석 때 대구대교구 등 전국 1천500여 개 성당과 천주교 묘원에서 조상들을 위해 합동 위령미사를 일제히 거행한다. 합동 위령미사는 신자들의 한마음 되기와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같은 성당에 다니는 이웃 신자들이나 같은 묘원에 조상을 모신 신자들이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드리는 미사이기 때문이다.

천주교의 명절미사는 가톨릭 전례와 한국의 전통 제례가 융합한 형태로 신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천주교는 제사가 조상에게 효를 실천하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전통 제례를 금지하지 않고 있고 표현 양식은 시대와 교회 정신에 맞게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신자 가정에서는 명절이나 탈상, 기일 등 선조를 특별히 기억해야 하는 날에는 위령미사를 봉헌하는 형태로 가정의 제례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한가위 미사는 조상을 위한 기도와 한 해 수확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제대 앞에는 간소한 제사상과 향로를 설치하며 신자들은 분향과 위령기도로써 조상들이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기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터민, 이주민, 다문화가족이 증가함에 따라 조상을 기리는 명절미사의 의미가 통일을 염원하고 다문화를 발전시키는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를 위한 '함께하기' 행사가 전국의 교구에서 열리고 있다.

원주교구는 이달 14일 원주 거주 새터민 120여 명과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가족 60여 명을 초청해 합동 위령미사를 올렸다. 또 의정부교구는 18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추석맞이 이산가족 위령미사'를 봉헌했고 미사에선 실향민과 새터민, 신자들이 참석해 통일을 염원하고 한가족 의식을 나눴다.

부산교구는 19일 베트남과 필리핀 출신 이주민들이 함께하는 합동 위령미사와 한국어 노래자랑을 마련했고 광주대교구는 21일부터 이틀 동안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 출신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가위 피정을 실시한다. 수원교구도 22일 이주민들의 출신 지역과 언어권을 아우르는 연합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한편 천주교는 처음에는 조상 제사를 반대했다가 포용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조상제사 문제가 처음 불거진 곳은 중국이다. 18세기 때 교황청은 조상 제사를 미신 행위로 보고 금지시켰다. 제사 문화가 보편화된 중국 등 동양의 신자들은 제사에 참례할 수 없었고 '신주 또는 신위'라고 쓴 위패를 집안에 두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교황청의 제사 금지는 18세기 후반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다.

조상 제사를 금지하는 교황청의 지침이 바뀌는데 200년의 긴 세월이 필요했다. 1939년 교황청은 '중국 의식에 관한 훈령'을 통해 조상 제사에 대해 관용적 조치를 취했다. 조상 제사가 미신이나 우상 숭배가 아니라 문화 풍속이라는 전향적 해석을 내렸다. 이후 한국 천주교는 시신이나 무덤, 영정, 위패 등의 앞에서 절을 하고 향을 피우며 음식을 차리는 행위 등을 허용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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