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5시 대구시민야구장은 온통 양준혁의 세상이었다. 팬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전날 오전부터 매표소 앞에 텐트를 치고 돗자리를 깔아 티켓 확보를 위한 전쟁을 벌였다. 삼성 후배들은 그를 위해 헌정 노래를 불렀다. 경기 시작 전 장동건, 황정민, 홍수아, 한효주 등 연예인들은 전광판을 통해 은퇴 축하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이수빈 삼성 구단주, 김범일 대구시장, 이창영 매일신문 사장 등 각계 인사들도 야구장을 찾아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축하했다.
아버지 양철식 씨의 시구에 큰 헛스윙으로 시타를 마친 양준혁은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던 1루수로 마지막 경기에 나섰다. 1회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들은 기립해 '위풍당당 양준혁'을 외쳤다. 양준혁은 헬멧을 벗고 연호하는 관중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인기그룹 'DJ DOC' 김창렬은 3루 쪽에 마련된 응원석에 올라 '나 이런 사람이야'를 열창하며 양준혁에게 힘을 보탰다.
1993년 고향 팀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18년간 빈틈없는 자기관리로 프로야구 타자부문의 각종 통산기록을 새롭게 쓰며 '한국야구의 전설'로 자리매김한 양준혁이었지만 '세월의 무게'는 버거웠다. 3년 전 김광현의 프로 데뷔전에서 홈런을 빼앗았던 양준혁은 특급투수로 성장한 그에게 3타석 내리 삼진을 당했다. 그간 지켜왔던 1루수(1∼4회)와 우익수(5∼8회), 좌익수(9회)를 옮겨가며 홈 팬들과 추억을 어루만진 9회 짧은 내야땅볼때 1루로 전력 질주하며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최고의 선수를 보내는 자리는 경기가 끝난 뒤 화려한 은퇴식으로 불꽃을 피웠다. 양준혁이 그동안 세운 각종 기록을 기념하는 애드벌룬이 대구구장 상공에 떠올랐고 그의 백넘버 '10번'은 영구 결번됐다. 대구구장을 한 바퀴 돌면서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양준혁은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공식 은퇴를 알렸다. 때마침 세찬 비가 쏟아졌지만, 관중들은 일체의 동요도 없이 비를 맞으며 양준혁과의 마지막 추억을 쌓았다.
양준혁은 "32년 전에도 대구구장에서 야구를 했는데 대구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며 "야구인생에서 첫 정상에 서본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이제 야구선수에서 인간 양준혁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려한다. 그동안 베풀어주신 뜨거운 성원과 따뜻한 사랑을 뼛속 깊이 새기겠다"며 팬들 앞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퇴장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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