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울진군 ㅇ(76) 씨는 이틀이 지난 뒤에야 이웃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ㅇ씨는 부인과 자식을 서울로 떠나보내고 20년 동안 혼자 살았다. 평소 마을 사람들에게 "아들과 딸이 너무 보고 싶다. 이 나이에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처지가 너무나 힘이 든다"고 털어놓곤 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무렵 울진군에서 혼자 사는 ㄴ(70·여) 씨는 지병으로 숨진 지 사흘 만에야 이웃 주민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평균수명 증가 등으로 홀몸노인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가족·이웃이나 사회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孤獨死) 노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병을 앓고 있는 홀몸노인들이 숨져도 가족과 주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을 전후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홀몸노인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경북지역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7만7천269명으로 전체 노인 41만7천85명의 18.5%에 이른다. 노인 5명 가운데 1명은 홀로 사는 셈이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전국 60세 이상 노인 1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홀몸노인의 질병 보유율은 88.3%로 전체 노인 평균 82.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질병과 가난에 노출된 홀몸노인의 고독사를 막고 질병치료를 돕기 위해 나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인에 대한 질병치료와 정신건강 관리, 요양 문제, 안전 문제, 빈곤 문제를 각각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역 보건소는 질병 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복지관은 안전 확인에 주력하고, 지자체는 위기가 닥칠 때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경북도가 홀몸노인을 방문하고 전화해 안부를 확인하는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파견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생활관리사 숫자는 고작 687명이다. 이 때문에 이 사업의 수혜를 받는 홀몸노인은 전체의 22%인 1만7천여 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생활관리사 1명당 평균 20~30명 정도의 홀몸노인을 담당하고 있어 세심하게 챙겨주기 힘든데다 명절에도 안부를 확인하기 힘든 실정이다.
자녀가 일정 소득이 있는 홀몸노인 경우 기초생활수급 혜택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북 전체 홀몸노인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20%에 그치고 있는 등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형편이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홀몸노인의 고독사를 막기 위해 응급안전돌보미사업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갖춰야 하지만 예산사정으로 부족한 점이 많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