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노년 빈곤 피하기

'남자의 3대 불행은?' 안줏거리로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 답은 첫째는 초년 출세(出世), 둘째는 중년 상처(喪妻), 셋째는 노년 빈곤(貧困)이다. 필자가 보기에 세상에 이보다 더한 불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일리가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세 가지 가운데 제일 실감나지 않는 것이 초년 출세이다. 평생 출세 한 번 못해 본 입장에서는 부럽기 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초년 출세가 인생 전체를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단계에 크게 구속받지 않고 실력과 운만 있으면 단번에 정상까지 뜰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은 운동선수, 연예인, 정치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직업군의 특징은 뜨기도 바늘 구멍이지만 뜨고 나서도 부침이 심하다는 것이다. 리스크(risk)가 크다는 것인데 운동 선수의 경우 젊음과 함께 전성기가 끝나고 연예인, 정치인의 경우는 한 번 인기를 잃으면 다시 재기하기 힘들다. 초년에 지나치게 성공한 경우 새로운 적응 과정이 없이는 이후의 인생이 현실은 없고 과거만 존재하는 인생이 되기 쉬운데 이 경우 자칫 중'장'노년의 삶은 없는 것만 못하게 될 수 있다. 자기 사업을 할 경우에도 품목이 좋고 조건이 맞으면 단번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쉽게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운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자칫 경솔해지기 쉬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날리기 쉽다. 골프에서 '나이스 샷이 나오면 그건 운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 번 사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건 자신의 실력이 아닌 운으로 생각하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중년에 상처를 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도 크겠지만 자식 키우고 집안 살림하는 문제가 큰 문제로 와닿게 된다. 집안 살림이야 형편 되면 사람 써서 한다지만 자녀 양육은 대체하기가 힘들다. 이혼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인데 추석을 맞아 남자들은 중년 상처가 남자의 3대 불행임을 명심하고 아내들에게 각고의 서비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 인생은 천층 만층 구만층이라고 하는데 노년 빈곤에 이르게 된 경우도 아마 각양각색일 것이다. 선대로부터 한재산 물려받았으나 놀음과 주색잡기에 빠지거나 세상물정 터득하기도 전에 가산을 탕진한 사람, 친인척 또는 친구에게 보증을 잘못 서 재산을 몽땅 날린 사람,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였으나 퇴직 후 사기꾼의 유혹에 넘어가 퇴직금을 몽땅 날린 사람, 평생토록 옳게 자리 한 번 잡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결국은 모아둔 돈 없이 노년을 맞이한 사람, 일확천금을 꿈꾸며 주식 또는 부동산 등에 무리하게 투자하였다가 말아먹은 사람, 평생 열심히 일하며 번 돈을 모두 자식 교육에 투자하였는데 자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거나 또는 자식으로부터 배신당한 사람, 딱히 방탕한 생활도 모험도 하지 않았으나 수입 대비 지출이 많아 저축을 하지 못한 사람 등등….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욕구 실현과 관련하여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인간의 욕구 그 자체가 합리적으로 발생하고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합리적인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인간이 진정으로 합리적인 존재라면 노년 빈곤 문제 같은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3대 불행' 중 비참하기로 따지면 노년 빈곤만 한 것이 없을 것 같다. 더 이상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각자가 노년의 빈곤을 피하기 위해 인생을 합리적으로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그렇지 못해 노년에 빈곤을 맞은 사람에 대하여는 인생을 잘 살았든 못 살았든 사회적인 배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 사회도 조만간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데 노년 빈곤 문제는 개인의 팔자소관을 넘어 제도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나는 초년에 출세한 적이 없고 마누라 건강하니 열심히 노력하여 노년의 빈곤만 피할 수 있으면 감사할 따름이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보름달처럼 따뜻하고 풍성한 축복이 넘치시기를….

이승도(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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