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창업을 해 50년 동안 오직 한 길 장갑만을 생산해 오면서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 최근에는 품질이 우수한 산업용 특수장갑을 생산해 100% 전량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등 이 부문 세계 1위를 꿈꾸는 강소기업이 있다.
㈜형제인터내셔널(대표 이해수)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 장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겨울철 보온용 패션장갑을 생산하다 최근에는 산업현장 등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특수장갑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수요의 변화에 걸맞게 많은 종류의 장갑을 생산해 오고 있다.
◆대구 장갑의 역사
형제인터내셔널 창업주인 이계로(78) 씨는 20대 초반부터 장갑 만드는 일을 해 왔다. 뜨개질로 장갑을 만들던 시절 대구에 일본에서 장갑 짜는 반자동 기계들이 들어오면서 대구 장갑이 유명해졌다. 실을 이용한 장갑이 발달한 것은 섬유도시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작업 능률이 올라 8시간에 약 100여 켤레의 장갑을 짤 수 있어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이었다.
창업주 이 씨는 범어동에서 형제장갑이라는 가내 수공업 형태의 공장을 설립해 내수를 담당했다. 국내 최초로 기모 장갑(장갑 속에 털이 섞인 장갑)과 운전기사 전용 표백 장갑도 이 회사가 처음으로 개발해 생산했다. 이어 1980년대 이후 앙고라 장갑,아크릴 장갑, 울 장갑 등 패션용 장갑을 생산해 인기를 끌었다.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기 위해 아들 해수 씨는 1987년 이 회사에 입사했고 2년 뒤 장갑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1995년 '대경 인터내셔널'을 설립해 수출을 전문으로 하기 시작했다. 동유럽 개방화에 맞춰 불가리아 등 동유럽 7개국에 공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한 것이다.
장갑 공장들이 노동력이 싼 중국에서 하나둘씩 생겨 경쟁력을 잃어갈 때인 2000년대 초반 이 회사는 패션 장갑에서 과감히 산업용 장갑을 생산하는 회사로 변신을 했다.
1980년대말 유럽 7개국에 10만달러 정도의 수출을 하던 것이 지금은 세계 50여 개국에 1천만달러 이상 수출을 하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지금은 생산품의 100%를 내수는 하지 않고 수출만 하고 있다.
◆산업용 특수장갑의 선도기업으로 성장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 장갑 시장의 80% 이상을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 차지를 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장갑을 생산하던 회사들이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장갑 만드는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다. 이 회사가 패션용 장갑에서 산업용 장갑으로 변신을 한 것도 중국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품이 지금은 한국산에 미치지 못하지만 계속해서 발전을 해 4,5년 뒤에는 한국 장갑이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크게 5종류 70여 가지의 아이템이다. 칼로 잘라도 잘 잘라지지 않는 절단(CUT)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장갑과 정전기(ESD)방지용 장갑, 지문이 묻지 않고 먼지가 나지 않는 클린 룸(Clean Room) 장갑, 불과 열(heat)에 강한 보호용 장갑, 얇으면서도 추위에 강한 장갑 등 일반용 장갑 등이다.
절단 보호용 장갑은 재료를 다이니마(Dyneema)나 스펙트라(Spectra)라는 특수 고 강력실에다 폴리우레탄 코팅을 한 장갑이다. 절단강도가 매우 좋아 날카로운 제품 취급 시 손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화학 약품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 손가락 부문만 코팅해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마모가 잘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철강산업과 거친 작업, 자동차 및 금속 다루는 작업, 유리 가공, 석유화학 등의 산업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정전기 방지용 장갑은 재료를 나일론과 정전기 효과가 있는 동전도사(구리사)에다 카본과 폴리우레탄을 혼합해 만든다. 통기성이 우수하고 전기를 막는 효과가 있어 정전기로부터 인체와 제품을 보호할 수 있다.
클린 룸 장갑은 나일론과 폴리우레탄 등의 재료로 만들어 먼지가 나지 않으며, 통기성이 우수하다. 또 신축성이 뛰어나서 착용감이 우수하다. 정밀한 작업, 다양한 실험, 약이나 음식제품의 검사, 정원 손질, 미용실, 전기제품의 조립작업, 실험실 작업, 광학 제품 조립작업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해수 대표는 "우리 회사제품은 특수원사를 사용하고, 최첨단 코팅기술을 접목한 산업용 특수장갑을 만들어 착용감이 좋고 통기성이 뛰어난 인체 친화적인 제품이어서 세계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섭 전무는 "우리 회사 제품은 장갑을 끼고도 피로도가 3분의 1 가량 줄어든다. 또한 일을 하는 작업자들이 장갑을 끼면 손이 뽀송뽀송한 느낌을 주고 공기가 잘 통한다. 미끄럼을 방지하며 손가락 등 인체를 보호하거나 작업 능률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품질 장갑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은
이 회사가 만들고 있는 장갑들은 유럽연합에서 품질인증(CE)을 받을 때 필요한 마모도와 절단강도, 찢겨지는 강도, 구멍이 나는 정도 등의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 70개 정도에 이를 정도로 품질의 우수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같이 고품질과 고기술의 다양한 장갑을 생산할 수 있는 배경은 업력 50년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공격적인 수출 영업 및 전략, 선진국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개발 덕분이다. 선진국 장갑 시장의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외국 장갑전시회를 찾는다.
또한 장갑을 짜서 사이즈와 오염, 불량품을 검사하고 폴리우레탄으로 코팅을 한 후 포장을 하는 등 철저한 품질관리와 편집기 등 180여 대의 다양한 최신 설비로 대부분 자동화 한 것도 생산성을 높이는 요소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실용신안과 특허도 10여 개나 된다. 덕분에 매출은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고 생산물량 전체를 수출하는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부터는 내수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진동 방지용 장갑을 개발할 예정"이라면서 "산업이 발달할수록 작업자들의 안전이 더욱 요구된다. 작업자의 안전보호를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거나 줄이는 추세에 따라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산업용 특수장갑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할 것이다. 이 같은 산업계의 요구에 따른 고품질의 신제품들을 계속해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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