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추억을 되살려 볼 때 기억의 창고에 가장 많이 쌓여 있는 것은 학창시절 기억들이다. 그 중에서도 중·고교시절 기억들은 하나같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까까머리, 단발머리 친구들이 이제는 하나 둘 흰머리가 늘어가고 곱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해 간다.
그 시절 그 추억을 되살려 '우리 학교 우리 동창회' 탐방에 나서본다. (편집자)
1922년 전교생 150명(한국 학생 75명, 일본 학생 75명)으로 첫 교문을 연 대구상원고등학교(이하 대상고·대구시 달서구 월배로 316)가 올해로 개교 88주년을 맞았다.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교명도 개교 당시 대구공립상업학교에서 대구공립상업중학교(6년제), 대구상업고등학교, 대구상업정보고등학교를 거치며 지금의 인문계 남녀공학 대상고로 이어오며 그동안 배출한 동문만 해도 4만5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5년째 동문을 이끌고 있는 최창근(69·㈜한성피앤아이 대표·33회) 대상고 총동문회장은 "무엇보다 동문 간 화합과 모교발전에 총동창회의 역량을 모으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해마다 거액을 모교에 기부, 야구부와 럭비부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성적 우수 입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특히 대상고 야구부는 개교 이듬해인 1923년 대구경북에서는 처음으로 창단돼 지금까지 야구 명문으로서의 전통을 잇고 있다.
최 회장은 "대상고 동문은 금융계와 자영업 종사자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공무원 순"이라며 "법조와 의료계 동문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인문계고로 전환된 모교의 후배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나이가 되면 보다 다양한 직군의 동문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일제강점기가 끝날 무렵인 1942년 대상고 학생 24명이 항일비밀결사조직을 구성했다. 이른바 '태극단'의 출범이었다. 그러나 거사 직전 내부 밀고자가 생겨 일본 경찰에 모두 체포됐고 이 중 5명은 옥고의 후유증으로 출옥 후 사망했다. 현재 태극단원으로 활동한 동문 중 5명이 생존해 있다. 대상고 총동문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정부의 훈·포장 추서를 추진하고 있으나 '옥고를 치렀다'는 증빙서류가 없어 '곤란하다'는 답변만 되돌아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 이유는 생존자들이 당시 1학년생으로 선배들이 보호차원에서 이들의 가담 사실을 숨김에 따라 옥고를 면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대상고 교정 한쪽엔 '태극단 추모공원 및 탑'이 건립돼 있다. 또 경북고, 대구고, 사대부고 학생들과 일으킨 2·28민주화 운동 때도 당시의 33회 동문들이 함께 참여했던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영남대 이효수(42회) 총장과 이종주(28회) 전 대구시장, 이의근(30회) 전 경북도지사, 장태완(24회) 전 수도경비사령관, 박성상(15회) 전 한국은행 총재, 김명륜(15회) 전 국회부의장과 부산 신라대학 정홍섭(38회) 총장, 구묵서(44회) 서울고등법원장, 정윤열 울릉군수, 김세호·김희은 경북도의원 등이 대상고 동문들이다.
◆총동창회 활동
대상고 총동창회 연중 행사는 매년 1월 첫째 주 동문들의 신년교례회로 시작한다. 이때는 약 300여 명의 동문이 모여 모교 발전 방안을 논의하며 우의를 다진다. 4월엔 체육대회 행사를 갖는데 '총동창회장기타기 테니스 대회' '총동창회장기타기 야구대회'를 연다. 5월엔 총동창회가 주관하는 산행 대회가 있다. 보통 대형버스 15대가 동원되며 참가 인원만 500여 명이 넘는다. 또 5월 9일엔 모교 교정에서 태극단 추모제도 빠뜨리지 않는다.
가장 큰 행사로는 10월에 열리는 '대상의 날 체육대회'. 매년 10월 셋째 일요일에 연다. 그리고 11월 첫째 일요일엔 대상고·경북고 대항 재학생 및 OB팀의 야구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잠시 끊겼다가 2005년 다시 부활, 두 학교가 번갈아가며 주관한다.
또 총동창회에서 지원하는 '대상리그'가 매주 일요일 열리고 있다. 이 리그엔 현재 39개팀이 있으며 연중 250여 게임을 치르고 있다. 또 다른 야구 소모임으로는 장효조(47회) 삼성라이온즈 2군감독이 이끄는 '대상베이스볼 러버스'(DBL)가 야구부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다.
◆총동창회 차원 장학지원 제도
4만5천여 대상고 동문의 모교사랑은 5억3천여만원의 총동창회 장학기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기금으로 해마다 대상고 성적우수 입학자 6명에게 100만원씩의 장학금을 주는 등 재경 및 대구 동창회에서 매년 4천200만원을 모교에 지원한다. 총동창회 이광일(41회) 사무처장은 "야구부와 럭비부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동문들로부터 격려금도 잇따른다"고 했다.
개인별 장학금도 많다. 김수근(7회·전 대성그룹 회장) 동문의 해강장학회에서는 해마다 신입생 20명을 선발, 3년간 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으며 김신섭(52회·에드벨 캐피탈 대표) 동문도 매년 500만원씩의 장학금을 쾌척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대상고 총동창회에서는 야구부에 3천200만원, 럭비부에 320만원을 지원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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